서울 강남구의 한 지하철역에 설치된 성형외과 광고판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전국 828곳중 428곳 서울에
368곳 강남·서초구에 몰려
전공 아닌 의원도 뛰어들어
368곳 강남·서초구에 몰려
전공 아닌 의원도 뛰어들어
#. 성형외과가 몰려있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ㄱ성형외과 원장은 최근 ‘폐업’을 고려한 적이 있다. “성형외과는 동네 슈퍼마켓처럼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영업을 한다. 그나마 동네 마트도 동일 상권에 가게를 내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데 성형외과는 그런 약속도 없다. 한 건물에 여러 개 성형외과가 문을 열기도 한다.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의사들 중에 돈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꽤 된다”고 했다.
#. 지난달 15일 정장을 차려 입은 남성 6명이 강남구 신사동 ㄴ성형외과에 들이닥쳤다. 흉기를 든 이들은 김아무개(48) 원장과 여직원 5명의 손을 묶고는 원장에게 대뜸 “현금 3억원을 내놓으라”고 했다. 경찰에 잡힌 주범 김아무개(40)씨는 “강남 성형외과가 장사가 잘 돼 돈이 많을 줄 알았다”고 했다.
비슷비슷한 이목구비의 ‘성형외과 미인’들을 지칭하는 이른바 ‘강남미인도’가 인터넷을 달굴 정도로 강남 성형외과를 찾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이 동네의 속살을 들여다 보면 치열한 경쟁 속에 ‘소득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1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보면, 3월말 기준으로 전국의 성형외과 수는 828개다. 이 가운데 서울에만 절반 넘는 428개가 몰려있고, 이 가운데 320개가 강남구에 집중돼 있다. 바로 옆 서초구(48개)까지 더하면 강남·서초의 성형외과 쏠림현상은 극단적이다.
강남 지역 성형외과 수는 2004년 145개 정도였다. 10년 사이 3배 이상 급증하다보니 불황을 모를 것같은 이 지역 성형외과도 운명이 갈린다. 올해 들어 성형외과 19곳이 문을 닫았다. 같은 기간 새로 문을 연 성형외과는 16곳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시작된 기업형 성형외과의 출현이 양극화를 심화시켰다고 한다. 강남구 논현동의 한 유명 성형외과 홍보실장은 “요즘 소비자들은 지하철이나 SNS 광고를 보고 찾아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개인의원이 대형병원을 상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성형 쪽에 돈이 몰리다보니 다른 전공 전문의가 성형외과로 뛰어드는 사례도 늘고 있다. ㅁ성형외과 홍정근 원장은 “성형외과 전공의가 아닌 정형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의사 등이 미용이나 성형 시술을 하는 곳을 1만곳 정도로 보고 있다. 성형외과 전문의 수의 10배 정도다. 의사 수입이 예전만 못하니 그나마 돈을 벌 수 있는 성형외과 쪽으로 많이 몰린다”고 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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