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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학벌 훌리건’ 고소전…대학들, 지성의 위기

등록 2014-06-08 20:34수정 2014-06-09 08:31

교육운동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7일 사교육을 조장하는 ‘나쁜 광고’를 선정해 공개했다. 시민들로부터 학벌의식과 경쟁, 불안감을 부추기는 학원 광고를 제보받아 대표적인 사례 21건을 추렸다고 이 단체는 밝혔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2013. 05. 07
교육운동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7일 사교육을 조장하는 ‘나쁜 광고’를 선정해 공개했다. 시민들로부터 학벌의식과 경쟁, 불안감을 부추기는 학원 광고를 제보받아 대표적인 사례 21건을 추렸다고 이 단체는 밝혔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2013. 05. 07
한양대, 지난해 중앙대 학생 고소
중앙대도 “모욕·명예훼손” IP 고소
“한양대 학생 있는지는 수사해봐야”

‘학벌사회 자기과시 심리’ 분석속
“법적대응으로 서열 부각” 지적도
남의 학교를 비상식적으로 헐뜯는 일부 ‘대학생 문화’가 대학 간 고소전으로 번지면서 ‘학벌 훌리건’ 싸움이 오프라인 다툼으로 비화하고 있다. 입시·취업 경쟁의 격화와 이에 따른 소외감, 대학들의 수직서열화가 대학을 지성이 아니라 반지성의 싸움터로 변질시켰다는 진단이 나온다.

중앙대는 지난 3일 인터넷 게시판인 ‘디시인사이드’ 등에 학교와 관련해 악의적 글을 올린 13개의 아이피(IP)를 지목해 모욕죄와 명예훼손죄로 처벌해 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여기에는 ‘전사’가 있다. 한양대는 지난해 12월 같은 사이트에서 한양대를 비방한 중앙대 법대 학생 김아무개(24)씨를 검찰에 고소했다. 김씨는 중앙대를 2차대전 때 일본을 굴복시킨 맥아더(‘중아더’)에, 한양대를 일왕 히로히토(‘한망히토’)에 억지로 빗댄 글을 포함해 70건 넘는 비방 글을 올린 혐의로 고소당했다.

고소 뒤에도 ‘학교 배틀’은 진행형이다. 지난 1일 디시인사이드 ‘중앙대갤러리’에는 한양대 학생으로 짐작되는 한 누리꾼이 “앞으로 한양대를 언급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도 중앙대를 먼저 언급하지 않는다”는 글을 올렸다. 7일 ‘한양대갤러리’에는 ‘중앙대에 대한 열등감에 오늘도 분탕치는 불쌍한 훌리건들’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런 식으로 상대 학교를 공격하는 글은 ‘학벌 훌리건’이 활동하는 여러 온라인 게시판에 이달 들어서만 수십건씩 올라와 있다.

학교와 개인을 동일시하거나, 배출한 고시 합격자 수를 비교하며 ‘학벌 배틀’을 벌이는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문제는 ‘학벌 훌리건’의 활동 무대가 확산되고, 고소전까지 벌어질 정도로 도를 넘는 공격이 횡행한다는 것이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서울대와 비서울대, 스카이(서울대·연세대·고려대) 대학과 비스카이대, 서울과 수도권 대학, 지방 국립대와 지방 사립대 등으로 점점 대학 서열화가 세분화되고 있다. 거대 재벌의 대학 인수, 미디어의 대학 평가 등이 서열화와 구별 짓기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라고 했다.

매체비평가 한윤형씨는 “명문대를 나와도 보장되지 않는 미래 때문에 다른 약자들 위에 자신이 있음을 확인받고 싶은 것”이라고 ‘학벌 훌리건’의 심리를 해석했다. 하지현 건국대 신경정신과 교수는 ‘대입 보상심리’도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하 교수는 “과거에는 5위권 안에 드는 대학만 학교 이름이 드러나는 점퍼를 입었다면, 최근에는 중위권 대학도 점퍼를 입고 다닌다. 입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반고 학생에게는 서울 중위권 대학에 가는 것도 상당한 능력이 있어야 한다. 대학 입학이라는 자신의 성취를 인정받고 싶은 강한 욕망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학교 쪽의 대응이 문제를 키운다는 지적도 있다. 칼럼니스트 박권일씨는 “2000년대 들어 스펙 경쟁이 심해지면서 인터넷 문화가 더 과격해졌다. 하위문화인 인터넷 담론에 학교 쪽이 진지하게 법적 대응을 한 것은 서열화에 부분적으로 동조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학벌 훌리건’에 개인적 일탈 이상의 배경이 있다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이도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상대 학교에서 자신들이 우리와 같은 ‘급’이라는 인식을 퍼뜨리려고 학생들을 부추기지 않나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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