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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고승덕 후보 전 부인 박유아씨 “작품으로 말하겠다”

등록 2014-06-02 17:31수정 2014-06-02 20:33

고승덕 서울시 교육감 후보의 전 부인이자 고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의 차녀인 박유아씨가 지난해 9월10일 서울 소격동 갤러리 옵시스 아트에서 연  ‘오르골이 있는 풍경’ 전시회에서 자신과 남편을 주제로 그린  ‘미스터 & 미세스. 고 1’ 작품 앞에 서 있다.  2013.9.10  / 서울=연합뉴스
고승덕 서울시 교육감 후보의 전 부인이자 고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의 차녀인 박유아씨가 지난해 9월10일 서울 소격동 갤러리 옵시스 아트에서 연 ‘오르골이 있는 풍경’ 전시회에서 자신과 남편을 주제로 그린 ‘미스터 & 미세스. 고 1’ 작품 앞에 서 있다. 2013.9.10 / 서울=연합뉴스
“할 말 다 하자면 일주일 꼬박 밤 새워도 모자라지만…”
고 후보의 “공작 정치” 주장엔 “논점을 흐리려는 의도”
“이상한 흙탕물 때문에 세월호 참사가 뒷전 될까 염려”
고승덕 서울시교육감 후보의 전 부인이자 화가인 박유아(53)씨가 “작품으로 말하겠다”며, 고 후보가 제기한 ‘공작 정치설’ 등에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고 후보는 딸 캔디 고(한국명 고희경·27)씨의 글이 “고 박태준 포항제철 명예회장의 아들과 문용린 후보의 야합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라며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캔디 고씨의 어머니인 박씨는 1일 밤 페이스북 메신저로 <한겨레>에 “이혼 합의 사항에 아이들의 양육권을 미국과 한국으로 나누어 갖기로 했다. 이혼에 관해 일체의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기로 했고 그 약속을 지키겠다”며 정식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알려왔다.

박씨의 이런 말은 이혼 당시의 상황을 언론에 공개하고 전처를 공격한 고 후보의 행동을 ‘약속 파기’로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읽힌다. 고 후보는 1일 서울 을지로에 있는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 부인은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도 한글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고, 한국의 교육시스템에서 아이들을 키울 수 없다며 계속 미국에 같이 가서 살 것을 종용했다”고 폭로했다.

박씨는 고 후보의 발언에 대해 “조회수를 늘이기 위한 키워드 종합선물 세트 같은 내용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논점을 흐리려는 의도에 말려드는 일이므로 하지 않겠다”고 일축했다. 화가이자 행위예술가인 그는 “할 말을 속 시원하게 다 밝히려면 일주일간 꼬박 밤을 새워도 모자라지만 가슴에 품은 말은 작품으로 하겠다”며 이번 사건에 대한 생각을 작품에 담겠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상한 흙탕물 때문에 세월호 참사가 뒷전이 될까봐 정말 많이 염려스럽다”며, 이번 논란으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한국 사회의 관심이 줄어들까 염려했다.

고 후보를 두고 “자식들을 버린 사람이다. 교육감 자격이 없다”고 공개 비판한 딸 캔디 고씨도 1일 밤 <한겨레>에 “공적 발언을 중단하겠다”고 알려 왔다.

이혼 사유 추측되는 ‘정계 진출 반대’ 담긴
15년 전 개인사 인터뷰도 뒤늦게 화제

한편, 박씨는 고 후보와 별거 중이던 1999년 8월 <여성동아> 인터뷰에서 ‘이혼사유’로 짐작해 볼 수 있는 개인사를 풀어놓은 적이 있다. 당시 박씨는 고 후보의 정계 진출에 강경하게 반대한 이유와 정치적 역량에 대한 평가, 누구의 딸이나 아내가 아닌 ‘박유아’로 살고 싶은 간절한 소망을 털어놨다.

박씨는 이 기사에서 “1997년 인천 보궐선거 때 (고 후보가) 국민회의로 출마할 뻔한 일이 있었다. 처음부터 절대로 안 된다고 말렸고, 인천 보궐선거 때도 말 나오기가 무섭게 잘랐다. 도대체 정치하고 싶은 이유를 대라고 했다”고 말했다. “정치보다 훨씬 좋은 일을 성공적으로 아주 잘 하고 있고, 변호사로서 평판도 좋은데, 좋은 직업을 왜 바꾸려고 하느냐. 제가 보기에 애들 아빠는 변호사가 적성에 맞다”는 견해도 덧붙였다.

하지만 고 후보는 “삶을 전환해보겠다”며 정계 입문의 뜻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묘사된다. 박씨는 “그 당시에는 ‘이미 내 힘으로는 주워담을 수 없겠구나’하고 생각했다. 사실 담을 수 있으면 주워담고 싶었는데…”라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박씨의 아버지인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이 ‘말 잘 듣는 딸에게 남편을 포기시키도록 압력을 가한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는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그는 “아니다. 우리 아버지는 기본적인 것, 시간을 지킨다든지 약속을 지킨다든지 그런 부분에는 엄하시지만 그 틀만 벗어나지 않으면 다 큰 딸의 의사에 맡겨준다”고 강조했다. 또 “아버지는 사위를 자식같이 생각한다”며 장인과 사위의 불화설도 일축했다.

박씨가 남편이던 고 후보의 정계 입문을 반대한 가장 큰 이유는 자신과 자녀들의 삶을‘희생’하고 싶지 않아서로 보인다. 박씨는 “사생활을 완전히 포기해야 돼요. 저는 그것 때문에 정치하는 게 싫다는 거예요. (정치인이) 파워를 갖기 위해서는 누군가 희생돼야 하는데 그 중에서 가장 심하게 희생되는 게 가족”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잘 나가는 정치인이라 하더라도 그 잘 나가는 명성을 지켜주기 위해 가족들은 없어져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더 나를 없애란 말이냐. 나라는 존재를 없애는 것에 대해서 피해의식이 있다. 나는 나라고 치고, 자식들은 어떻게 하느냐.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런 부모 만나게 됐는데, 선택의 여지가 없는 우리 자식들의 인생은 지켜주고 싶다”고 강하게 반대했다.

박씨는 아버지와 고 후보를 솔직하게 비교하며 에둘러 “고 후보는 정치할 능력이 없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아버지하고 비교해서 말하면 기분 나빠할지 모르지만, 솔직히 말해서 우리 아버지는 정치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건 그 사람의 능력이 월등하냐 아니냐를 떠나서 사람마다 가진 성격이고 성향의 문제다. 우리 아버지는 사람을 몰고 일을 계획하고 추진하는, 이른바 리더로서 카리스마가 있다. 애들 아빠를 말하자면 그 사람은 능수능란한 수완가는 못 된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 아버지도 수완가는 아닌데, 다리가 길어서 성큼 진흙탕물을 건널 수 있는 능력을 갖고 계신다. 하지만 애들 아빠는 작은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자리까진 가는데, 험난한 길을 끝까지 갈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걱정했다.

김지훈 전정윤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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