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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장성 요양병원 6개월 전 소방훈련…사고 땐 유명무실

등록 2014-06-02 00:54수정 2014-06-02 08:13

참혹한 현장 28일 새벽 발생한 화재로 환자 등 21명이 숨진 전남 장성군 삼계면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 별관 병동이 화염에 검게 그을려 있다. 공동취재사진
참혹한 현장 28일 새벽 발생한 화재로 환자 등 21명이 숨진 전남 장성군 삼계면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 별관 병동이 화염에 검게 그을려 있다. 공동취재사진
창문 열기·거동 불편 환자 1층 수용
실제 화재 발생 땐 제대로 안 지켜져
“소방훈련·구조 매뉴얼 개편 시급”
작은 불인데도 유독가스 탓에 21명이 숨진 전남 장성 요양병원에서 지난해 ‘유사시 창문 개방’을 포함한 소방훈련을 실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화재 규모가 크지 않았던만큼 창문만 빨리 열었더라도 질식사를 일부 막을 수 있었다는 의견이 많다. 이 때문에 소방훈련이 형식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실이 소방방재청으로부터 받아 공개한 ‘요양병원 소방훈련 및 안전지도 결과보고’를 보면, 장성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은 지난해 11월13일 담양소방서와 함께 소방훈련을 실시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된 소방훈련에는 병원 입소자 276명, 병원 직원 등 관계자 35명, 소방인력 7명이 참여했다. 소방서에서는 중형펌프차와 구급차가 출동해 훈련을 지원했다.

이날 소방훈련은 지난해 10월14일 전남도의회로부터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요양원 등을 대상으로 대피 훈련을 실시하라’는 지적을 받은 뒤 이뤄졌다. 장성과 인근 곡성 등에 흩어져 있는 장애인·노인시설, 기도원, 정신보건시설, 요양병원 등 52곳이 대상이었다.

실제 화재가 났다고 가정하고 대피 훈련을 했지만, 훈련 내용은 현실에서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담양소방서에서 작성해 관할 소방서에 내려보낸 ‘소방훈련 및 안전지도 계획 통보’ 자료를 보면 이번 장성 요양병원 화재 사망사고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모두 담고 있다. 담양소방서는 △유사시 비상구·창문 등을 신속히 개폐 가능하도록 지도 △야간 근무자 보강 및 순찰 철저 당부 △2~3층 수용자 중 거동불편 환자 1층 수용방안 모색 △피난 훈련시 종사자별 구역 할당을 통해 대피시킬 수용자 분담 등을 중점적으로 훈련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28일 새벽 실제 불이났을 때 장성 요양병원 당직 간호조무사는 유독가스를 빼기 위해 창문을 여는 대신 직접 불을 끄려다 목숨을 잃었다. 또 거동이 비교적 자유로운 환자들이 1층에 머물고, 혼자서는 움직이기 힘든 중증 환자들이 2층에 수용된 탓에 피해를 키웠다. 사고 당일 불이 난 요양병원 별관의 야간 근무자 역시 경찰은 숨진 간호조무사 1명으로 보고 있다. 장하나 의원은 “‘실질적 대피 훈련’을 했다지만 실제 화재 상황에서 ‘실질적 대피’로 이어지지 않았다. 현재 실시하고 있는 소방훈련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번 사건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소방훈련과 인명구조 대피 매뉴얼의 근본적인 개편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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