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경기도 수원 대우월드마크 건설 현장에서 지난 24일 높이를 올리는 작업을 하던 타워크레인이 넘어져 기사가 숨지고 노동자 1명이 다친 사고가 예고된 인재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장 노동자들이 이미 지난 3월부터 사고 위험을 제기하며 작업 중단을 요구했지만 회사 쪽이 이를 무시하고 작업을 강행하다 일어난 ‘인재’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한겨레> 26일치 18면 참조)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소속 전국타워크레인설해체노조의 박한국 위원장은 26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지난 3월17일 사고가 난 해당 크레인의 코핑 작업(건물이 올라감에 따라 크레인 자체의 키를 높이는 작업)을 하던 노동자들이 ‘위험해서 도저히 안 되겠다’며 작업 도중 내려왔다. (크레인 대여) 회사 쪽에 이런 사정을 얘기했더니 ‘남들은 다 하는데 왜 너희는 못하느냐’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당시 코핑 작업을 하던 노동자들은 6m 길이 직사각형 철구조물에서 군데군데 균열이 눈에 띈데다 용접으로 메운 곳의 페인트칠이 벗겨진 부분을 발견하고 불안감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사다리를 타고 구조물을 손으로 잡으며 올라가던 노동자들은 “부식된 부분이 많이 눈에 띄고 구조물과 구조물 사이의 간격이 넓어 크레인이 다른 때보다 많이 흔들렸다. 다른 장비와 달리 문제가 많다”고 노조 쪽에 상황을 전했다.

이보다 앞서 3월 초에는 같은 공사 현장의 다른 크레인 코핑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무자격자임이 드러나기도 했다. 타워크레인 코핑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안전보건공단에서 닷새 동안 36시간에 걸친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이수하지 않은 중국 동포가 작업을 하다 적발된 것이다. 박 위원장은 “다음날 내가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을 직접 찾아가 이 문제를 얘기했더니 ‘중국 동포는 출입국관리사무소가 관리한다’고 해 고발장 접수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노조는 대우건설 쪽이 공기 단축을 위해 이틀에 걸쳐 해야 하는 코핑 작업을 하루에 끝내라고 주문해 마찰을 빚기도 했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어 “같은 달 31일에도 한국노총과 노조는 대우건설 본사 앞에서 산재사고 예방 강화를 위한 항의집회를 열어 노후 타워크레인에 의한 사고 발생을 경고하고 대우건설의 안전불감증을 지적한 바 있다. 산업안전사고 예방조치를 묵살한 대우건설 현장소장과 안전관리자를 즉각 처벌하고 산업안전 감독을 부실하게 한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관련자를 문책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 관계자는 “타워크레인은 3개월마다 안전검사를 받는데 사고가 난 크레인은 지난 4월8일 한국산업안전검사㈜의 검사에서도 문제가 없었다. 현장 소장에게 물어보니, 3월17일 코핑 작업은 정상적으로 끝난 것으로 확인됐다. 우린 노조가 문제를 제기하면 즉시 조처하지, 무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영수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장은 “해당 현장에는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고, 근로감독관과 안전보건공단 직원들이 현장에서 확인 작업을 하고 있지만 사고 원인 파악에는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