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추모 시민들 연행한뒤
추가조사한다며 시한 꽉 채워
과도한 수사관행에 비판 일어
“영장청구 아니면 즉시 석방을”
추가조사한다며 시한 꽉 채워
과도한 수사관행에 비판 일어
“영장청구 아니면 즉시 석방을”
최하나(22)씨는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가만히 있으라’ 집회에 참여했다가 연행된 100명 중 한 사람이다. 최씨는 그날 밤 11시쯤 다른 참가자 11명과 서울 방배경찰서로 이송됐다.
최씨는 1차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했다. 방배경찰서에는 유치장이 없기 때문에 이튿날 새벽 4시께 서울 관악경찰서 유치장으로 다시 이송됐다. 관악경찰서에서 하룻밤을 보낸 최씨는 19일 오후 2시30분 도로 방배경찰서로 넘겨져 2차 조사를 받았다. 2차 조사부터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이제일 변호사가 함께했다.
경찰은 이날 저녁 7시까지 최씨를 포함해 12명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인적 사항 등 신원을 밝힌 최씨는 다른 질문에는 묵비권을 행사했다. 그런 상태에서 더 조사할 내용은 없었지만, 최씨는 다시 관악경찰서로 넘겨져 유치장에서 하룻밤을 더 보낸 뒤 20일 오후 방배경찰서에서 3차 조사를 받고 오후 4시30분에야 풀려났다. 체포 41시간여 만이다. 최씨는 “경찰이 ‘아직 집회가 계속되고 있으니 나갈 수 없다’고 하더라”고 했다.
18일 서울 은평경찰서로 연행된 권용석(22)씨도 이튿날 저녁 8시께 조사를 마쳤지만 20일 오후 3시20분에야 석방됐다. 연행자 19명을 조사한 유영돈 은평경찰서 수사과장은 “경찰에서 조사가 끝났다고 해도 서울지방경찰청과 서울중앙지검 공안부에서 지시가 내려와야 석방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유재선 방배경찰서 수사과장는 “현행범 체포라 검사 지휘는 따로 받지 않는다. 석방은 경찰이 판단해서 하고 보강수사가 필요하면 나중에 하면 된다. (석방이 늦은 것은) 묵비권 행사 부분을 추가 조사했기 때문”이라고 다른 말을 했다. 윤웅걸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공안 사건은 검사가 지휘를 하는데, 영장을 청구할 만한 사안이 아니면 경찰이 먼저 석방하기도 한다”고 했다.
형사소송법의 ‘체포한 때부터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하고, 그 기간 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을 때는 피의자를 즉시 석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수사권 남용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48시간 동안 잡아둘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영장 청구 사안이 아니면 곧바로 풀어주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경찰은 이를 집회·시위 참가자들을 가둬두는 데 악용하는 셈이다. 이런 방식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때부터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이제일 변호사는 “신원을 밝힌 뒤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 행사인데도 이를 이유로 계속 구금하는 것은 영장주의와 적법절차 원칙 등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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