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직원 26명 모여
식장 안내·화환 담당 등 일 맡아
사쪽 “일손 돕는게 인지상정” 주장
식장 안내·화환 담당 등 일 맡아
사쪽 “일손 돕는게 인지상정” 주장
‘사장님’ 개인의 경조사가 있을 때 직원들이 나서 돕는 것을 우리 사회에선 어느 정도 ‘관례’로 보기도 한다. ‘미풍양속’으로 치부하는 시각도 있다. 평일이 아니라 남들 다 쉬는 휴일에 ‘사장님 아들 결혼식’ 돕기에 나선 직원들 얘기다.
“지금부터 조별로 할 일을 알려드릴게요. 식장 안, 주차 관련, 화환 담당 등으로 분리할 거예요. 질문 없으시죠?”
일요일인 18일 오전 9시30분,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 3층 크리스탈볼룸 앞. 정장을 갖춰 입은 남녀 26명이 지시를 받고 있었다. 오후 1시에 열릴 이원준 롯데백화점 사장 아들의 결혼식을 도우러 온 롯데백화점 본점 경영지원본부 총무팀과 사원복지팀 직원들이었다. 직급은 과장·대리·사원 등 다양했다.
하객 640명이 들어가는 식장 좌석마다엔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26명 중 6명이 안에서 자리를 안내했다. 관리자는 좌석도를 카카오톡으로 전송했으니 참고하라고 했다. 3명은 방명록 담당으로, 신부 쪽 방명록도 맡겨졌다. 양가 화환 정리에도 2명씩이 배정됐다. 관리자는 “끝나면 화환이 없어지지 않도록 지켜보고, 누가 보냈는지 A4용지에 정리하라”고 했다. 3층 결혼식장까지 올라오는 길목의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정문 앞 등에도 1~2명씩 배치됐다.
서둘러 나온 직원들은 호텔 옆 롯데백화점 지하 롯데리아에서 끼니를 때웠다. “사장님이 곧 도착하신다니, 다 드셨으면 이동하자”는 말에 한 직원이 햄버거를 입에 욱여넣었다. “(음식 나온 지) 10분도 안 됐는데…”라는 혼잣말이 옆 테이블까지 들렸다.
오전 11시, 혼주 가족들이 도착하자 직원들도 바빠졌다. 이후 2시간 동안 직원들은 각자 지시받은 일을 수행했다.
롯데백화점 쪽은 사장 아들 혼사에 본사 직원 26명이 ‘지원’을 나온 것이라며, “이런 것을 의도를 가지고 나쁘게 보면 본말이 전도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선대 롯데백화점 홍보실 이사는 “협력업체들로부터 축의금도 받지 않았다. 밖에다 가급적 알리지 않고 화환도 안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장님이 (직원 동원을) 직접 지시하지 않았다. 사장님 아들 결혼에 일손을 거드는 것은 인지상정이라 생각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휴일근로’라는 인식을 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대체휴가를 주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훈 한국공인노무사회 사무총장은 “사장 자녀 결혼을 이유로 직원들을 사적 업무에 동원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을 순 없다. 사실상 업무명령에 따른 근로로 보여 휴일근무수당이나 대체휴가를 보장해야 하는데, 그러면 사적인 일에 회사 비용을 쓰는 결과가 된다”고 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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