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백혈병 및 난치병 문제에 대해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약속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삼성·반올림 빠지는건 안돼
우선 양자간 교섭진행하다
필요하면 3자중재 논의”
우선 양자간 교섭진행하다
필요하면 3자중재 논의”
* 반올림 : 피해자 가족 대표
삼성전자의 백혈병 피해자에 대한 사과 및 보상책 제시와 관련해 피해자 가족을 대표하는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반올림) 쪽은 14일 일단 환영의 뜻을 밝혔다. 아울러 삼성 쪽이 반올림을 교섭 당사자로 인정하고 이른 시일 안에 교섭에 들어가자고 제안했다.
반올림은 “삼성이 피해 노동자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들의 아픔에 그동안 소홀했음을 인정하는 한편 보상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성심성의껏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점은 환영한다”는 반응을 내놨다. 이어 “삼성이 더욱 진정성 있는 자세로 문제 해결에 임하기를 기대한다”며 “지난해 12월 이후 중단된 양쪽의 교섭을 이른 시일 안에 재개하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반올림을 교섭의 주체로 분명히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다만 전망이 밝지는 않다. 삼성 쪽이 잇따라 제안한 ‘제3의 중재기구’를 통한 대화 방식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반올림과 삼성은 지난해 5차례에 걸친 실무교섭을 벌였으나 삼성이 반올림과의 직접대화보다 피해자나 가족들과의 대화를 요구해 교섭이 깨졌다. 지난달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제3의 중재기구 구성을 제안했을 때도 반올림 쪽은 당사자들의 의사와 무관한 방식이라며 반발했다.
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직접 교섭이 우선이라는 반올림의 의견에는 변화가 없다. 협상에서 삼성이 빠지거나 반올림이 빠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우선 양자 간에 교섭을 진행하다 삼성 쪽이 필요하다고 하고 양쪽이 배제되지 않는 조건이라면 (제3자 중재 방식 도입을) 논의는 할 수 있으나, 지금처럼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엇을 받겠다거나 안 받겠다고 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는 피해자 가족이 개별적으로 삼성과 접촉하면 재발 방지 대책 등 반올림 쪽이 요구해온 핵심 의제가 묻힐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2007년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를 처음 제기한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는 “개별 교섭은 생각해본 적도 없다. 삼성이 한두 사람을 회유하려 해선 안 된다. 삼성이 빠른 해결을 원한다면 반올림과 교섭 날짜를 잡으면 된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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