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단독] 물불 안 가린 ‘비리 경찰’

등록 2014-05-14 01:58수정 2014-05-14 20:12

뇌물 받고, 수사 조회 해주고, 수배자 안 잡고…
이아무개 경위 강남경찰서 근무 당시
유흥업소들로부터 매달 월급 받아
청탁 받고 전산망 접속해 정보 유출
상습적으로 개인 정보 조회하기도
뇌물 수수 등 4가지 혐의 징역8월 유예
이아무개(52)씨는 1991년 순경으로 경찰에 발을 내디뎠다. 경찰 생활 16년, 어렵게 경위 계급까지 오른 이씨는 2007년 2월부터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근무했다.

그는 강남경찰서 역삼지구대에서 순찰요원으로 일하는 평범한 경찰이었다. 다만 국가가 아닌 곳에서도 다달이 ‘월급’을 받는다는 점이 달랐을 뿐이다. 이씨에게 ‘또 하나의 월급’을 주는 이들은 주변 유흥업소 업주들이었다. 삼성동 한 빌딩 지하에서 ㅂ카페를 운영하던 김아무개(67)씨는 2012년 6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매달 20일께가 되면 10만~20만원씩을 이 경위에게 건넸다. 삼성동 ㄷ안마시술소 영업부장 정아무개(42)씨도 2012년 10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매달 20일에 30만원을 건넸다. 이들이 ‘월급’을 준 목적은 같다. “업소 관련 신고가 경찰서에 들어가면 잘 처리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씨는 이들로부터 여러 차례 식사를 대접받기도 했다.

두 업소가 있는 곳은 이씨가 근무하던 지구대의 관할구역에 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씨에게 ‘월급’을 줘 청탁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기대한 것이다. 강남경찰서는 이미 2012년 관내 안마업소 등과 유착됐다는 ‘안마 스캔들’이 불거지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씨의 비리 혐의는 뇌물수수만이 아니었다. 이씨는 2012년 7월 서울 강동구의 한 실내골프장에서 홍아무개씨한테서 ‘내가 수배가 됐는지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씨는 아무 거리낌 없이 경찰 전산망에 접속해 홍씨가 음주운전 벌금을 내지 않아 수배된 상태라는 것을 확인해 줬다. 눈앞에 있는 수배자를 체포하지 않았던 이씨에게 직무유기 혐의가 추가됐다.

업무와 상관없는 경찰 전산망 접속은 상습적이었다. 2010년 9월 이씨는 황아무개씨한테서 누군가의 주민등록번호를 넘겨받았다. 이씨는 경찰 전산망 조회로 이 사람의 수사자료표(범죄경력 자료) 내용을 빼내 황씨에게 넘겨줬다. 이듬해에도 이씨는 조카의 수사자료표를 조회하기도 했다. 이씨는 2012년 1~2월 심야시간대에 지인 4명과 장인의 주민등록 사항과 수사자료표 내용을 몰래 조회하기도 했다. 이씨는 동료 경찰들의 보는 눈이 적은 한밤중이나 새벽에 경찰 전산망에 접속했다.

이씨는 지난해 2월 경찰 정기인사 때 서울 강동경찰서 천호지구대로 자리를 옮겼다. 근무지를 옮긴 뒤에도 강남 유흥업소 관계자들과의 연락은 이어졌다. 그러다 강동서에 이씨에 대한 비리 첩보가 들어갔다. 수사가 시작됐고, 경찰은 지난해 5월 이 경위를 파면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4단독 정석종 판사는 뇌물수수, 직무유기,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8월(집행유예2년)에 벌금 600만원을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저렇게 다양한 비리를 혼자 저지른 경찰은 흔치 않다”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