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장 황폐화로 수확 포기했지만
희생자 워낙 많아 보상 말도 못 꺼내
희생자 워낙 많아 보상 말도 못 꺼내
‘돌미역’은 진도 맹골수도 주변 여러 섬들의 바위와 절벽에 붙어 자란다. 이곳 바닷물은 수심이 깊어 갯벌이 없고 물살이 빨라 깨끗하다. 그래서 진도의 자연산 돌미역은 ‘명품 미역’으로 불린다. 지난해 진도돌미역은 한 뭇(가로 20㎝, 세로 90㎝ 20장 묶음)에 80만~90만원에 팔렸다. 그나마 싸다는 이 지역 양식 미역도 한 뭇에 15만원을 쳐준다.
이 ‘돌미역 농사’가 올해는 흉작을 면치 못할 분위기다. 세월호에서 유출된 기름 탓에 진도 인근 섬 주민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세월호 사고 당시 누구보다 앞장서 인명 구조에 나섰던 이들이지만, 양식 미역 수확(3~6월)을 접었다. 자연산 돌미역 수확(7~8월)도 마찬가지다.
사고 해역 근처 동거차도 동육마을 주민 조광원(59)씨는 돌미역 양식장 40개를 버려두기로 했다. 조씨는 11일 “동거차도 12가구가 미역 양식을 하는데 올해 농사는 포기했다. 시설비라도 건지게 정부가 채취가 불가능하다고 답이라도 줬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희생자가 워낙 많아 보상 이야기를 꺼낼 수도 없다”고 했다. 동거차도 동막마을 여성일 이장도 “조류를 따라 기름이 왔다갔다한다. 기름이 돌에 붙어 미역 수확은 생각도 못하고 방제작업 하느라 바쁘다”고 했다. 진도읍의 한 미역가공업체 대표는 “올해 동거차도 일대에서 채취한 미역을 수매한 적이 없다. 가격이 폭등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미역 오염’ 정도를 포함한 사고 지역 해양환경 조사 결과는 1~2주일 뒤에 나온다. 진도군청과 국립수산과학원 해조류바이오연구센터는 지난달 29일 미역 1㎏을 채취했다. 최희구 국립수산과학원 어장환경과장은 “진도 미역의 판매 가능 여부를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오염 원인이 분명한 만큼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선사인 청해진해운 쪽이 피해 보상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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