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 때 구조된 경기도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30일 오후 안산시 초지동 화랑유원지의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아 숨진 친구들의 영정을 보며 울고 있다. 사고 이후 고려대 안산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온 학생들은 이날 퇴원 후 첫 일정으로 영면한 친구 158명을 조문했다. 안산/사진공동취재단
둘이 한달에 한두번 꼭 들러
넉넉잖았는지 1인분만 시켜
사고 3일전엔 ‘뾰로통’ 기억
노점상 이종득씨 안타까움에
분향소 벌써 6차례 찾아
넉넉잖았는지 1인분만 시켜
사고 3일전엔 ‘뾰로통’ 기억
노점상 이종득씨 안타까움에
분향소 벌써 6차례 찾아
경기도 안산시 수도권지하철 4호선 한대앞역에서 아내와 함께 떡볶이 노점상을 하는 이종득(56)씨. 학생들에게 인심이 좋기로 입소문이 났다. 3개월 전, 고등학생 남녀 짝을 알게 됐다. 이들은 한 달에 한두번씩은 꼭 찾아왔다. 용돈이 넉넉하지 않았는지, 이들은 떡볶이 1인분만 시켰다. 이씨는 안쓰러운 마음에 덤으로 떡볶이를 한 주걱 퍼서 그릇에 부어주곤 했다.
세월호 사고가 나기 사흘 전인 지난달 13일 이들이 찾아왔다. 다투고 왔는지 토라진 여학생이 떡볶이를 입에 잘 대지 않았다. “너네 싸웠냐? 다투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 이씨는 이날도 떡볶이를 한 주걱 퍼줬다.
떡볶이에 마음이 풀린 여학생이 “아저씨, 다음달이면 저희가 만난 지 100일이에요”라고 자랑했다. 이씨는 “100일 되는 날이면 꼭 아저씨한테 와라. 내가 한 턱 쏠게”라고 약속했다. 두 학생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와, 진짜요? 그럼 저희 이번주에 제주도로 수학여행 가는데 선물 꼭 사올게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10일 안산시 화랑유원지 합동분향소에서 열린 ‘노란 리본 잇기’ 행사에 안산지역 노점상 100여명과 함께 참여한 이씨는 <한겨레> 기자와 만나 “그 아이들이 단원고 2학년 학생이란 것만 알았지 이름을 몰라요. 세월호 안에서 구명조끼 끈을 서로 묶은 채로 발견된 남녀 학생 소식을 들었을 때 혹시나 그 아이들인가 해서 얼마나 놀랐는지…”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씨가 학생들의 이름을 몰라, 이 학생들의 생사 여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세월호에 탄 단원고 2학년생 325명 중 생존자 75명은 안산시의 한 시설에서 합숙하며 심리치료를 받는 중이다.
이씨는 세월호 사고가 난 뒤 합동분향소를 6차례 찾았다. 그는 “저도 대학생인 아이들이 셋이에요. 좀체 남의 일 같지 않네요. 어른들이 제대로 대처를 못해서 아이들을 살리지 못해서 너무 미안해요”라며 눈물을 훔쳤다.
안산/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이슈세월호 참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