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춘 보훈처장의 최근 강연 영상. 뉴스타파 화면 갈무리
최근 강연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부적절 언행
지난해 청해진해운에 감사패 준 일도 드러나
지난해 청해진해운에 감사패 준 일도 드러나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국민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져, SNS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온라인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newstapa.com)는 지난 9일 세월호 특보 방송에서 박승춘 보훈처장의 최근 강연 영상을 입수해 보도했다. 세월호 참사 17일째인 지난 2일 박 보훈처장이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한 강연이다. 이 자리에는 국가보훈처 ‘나라사랑’ 전문강사 100여명이 참석했다.
박 보훈처장의 35분여 발언 중에서 세월호 관련은 5분가량인데, 그는 “요즘 세월호 침몰 사건 때문에 우리 대통령님과 정부가 아주 곤욕을 치르고 있다”라면서 “우리나라는 지금 무슨 큰 사건만 나면 우선 대통령과 정부를 먼저 공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9·11 테러 상황과 견주기도 했다. 박 보훈처장은 “(부시 대통령이 9·11 테러 현장에) 그때 나타나 가지고 소방관들 어깨 두드려주고 경찰관들 어깨 두드려줬는데 부시 대통령님의 지지도가 56%에서 90%로 올라갔다”고 했다. 이어 “이렇게 국가가 위기에 처하고 어려울 때 미국 국민들은 단결한다. 딱 단결해서 문제점을 찾고 그것을 해결할 대책을 도모한다”면서, “그런데 우리는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의 근본 원인은 어디 가고 정부와 대통령만 공격하는 게 관례가 되어 있다”고 했다.
뉴스타파는 박 보훈처장의 발언에 대해 “9·11은 테러 집단에 의한 외부 공격이고, 세월호 참사는 정부의 선박 안전 관리·감독 소홀 및 재난 대응의 무능함 탓에 발생한 것인데도 이를 맞비교하면서 우리 국민성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박 보훈처장은 또 “대통령의 임기말 지지도가 떨어지는 것은 문제”라며 “(나라사랑 전문) 강사들이 그 원인을 분석해서 우리 국민들을 교육하는 것도 대단히 좋은 교육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치적 편향 없이 보훈 교육에 나서야 할 ‘나라사랑’ 전문 강사들에게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를 높일 수 있는 강연을 요구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다.
뉴스타파는 같은 날 방송에서 박 보훈처장이 지난해 6월 청해진해운에 감사패를 전달한 사실도 보도했다. 감사패 사유는 ‘평소 국가 보훈 시책에 적극 협조하고 국가보훈 대상자에 대한 복지 증진과 보훈 문화 확산에 기여한 공로가 크다’는 것이었다.
뉴스타파 보도로 이 같은 사실들이 알려지자, 누리꾼 사이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트위터 아이디 @la*************를 쓰는 한 누리꾼은 “세월호 참사를 9.11에 빗댄 보훈처장. 이 시각으로는 이번 대참사가 테러인 모양. 그럼 그 많은 희생자들이 몰살할 때까지 한 명도 구해내지 못한 정부는 테러의 배후냐?”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경제학자 유종일씨는 본인의 트위터(@7albatross)에서 “세월호 참사는 9.11 테러가 아닌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와 유사하고, 후자는 강력한 정부 비판과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불러왔다”며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해임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박 보훈처장은 2012년 대선 당시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유도하며 다른 후보를 깎아내리는 듯한 강연을 해 물의를 빚었고, 지난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금지해 시민단체들로부터 해임 요구를 받았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박 보훈처장이 지난해 6월 청해진해운에 전달한 감사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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