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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1만5천여 시민들 촛불 “끝까지 밝혀줄게”

등록 2014-05-10 21:47수정 2014-05-11 08:57

10일 안산문화광장에서 ‘끝까지 밝혀줄게, 국민촛불 켜기’ 행사가 열렸다. 전국 각지에 모인 1만5천여명(주최 쪽 추산ㆍ경찰 추산 5000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어 학생들을 추모하고 정부의 무능한 대처를 규탄했다. 이정용 기자
10일 안산문화광장에서 ‘끝까지 밝혀줄게, 국민촛불 켜기’ 행사가 열렸다. 전국 각지에 모인 1만5천여명(주최 쪽 추산ㆍ경찰 추산 5000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어 학생들을 추모하고 정부의 무능한 대처를 규탄했다. 이정용 기자
안산 모인 시민들 노란끈 엮어 합동분향소 감싸
“밤하늘 별이 된 모든 친구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시민들이 만든 노란띠가 세월호 유가족들을 꼭 끌어안았다.

10일 ‘세월호 침몰사고 문제해결을 위한 안산시민사회연대’는 안산 화랑유원지 세월호 사고 합동 분향소에서 인간띠 만들기 행사를 열었다. 행사에 참여한 3000여명의 시민들은 받은 노란끈을 연결해 700미터에 달하는 하나의 끈으로 만들어 유가족들이 있는 합동분향소 주변을 둥글게 감쌌다. 주최 쪽에서 준비한 1500여개의 리본은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 30분만에 동이 났다. 끈이 하나로 연결되자 시민들은 고개를 숙여 추모했다. 이어 입을 모아 “밤하늘의 별이 된 모든 친구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국민을 저버린 정부를 기억하겠습니다. 책임질 사람을 밝히겠습니다”라고 외치고, “하늘에서는 부디 편안하게”라는 문구가 쓰인 노란풍선 1000개를 하늘로 날렸다. 1시간에 걸친 인간띠 잇기 행사를 마친 참가자들은 화랑유원지를 출발해 단원고를 지나 촛불집회가 열린 안산문화광장까지 3.4㎞를 행진했다. 행진하는 대열을 본 시민들 중 일부는 세월호 사고 희생자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안산시 와동 주민 국화(36)씨는 “저는 사고 발생 3일 후인 19일 와동으로 이사왔어요. 세월호를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나요. 이대로 믿고 아이들을 학교에 맡겨도 되나 걱정입니다. 어른들이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야죠”라고 말했다. 어머니 국씨와 함께 행사에 참여한 전서희(13)양은 “유가족들이 침울해 있으시던데, 이제는 웃는 일도 생기고 건강도 찾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전양은 단원고와 가까운 안산 선부2동에 위치한 원일중에 다니고 있다.

안산 합동분향소가 화랑유원지에선 인간띠 만들기 행사와 함께 전국 32개 지역에서 500여명의 학생 회원들이 참여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와 다짐을 위한 청소년YMCA회원대회’가 열렸다. 장찬희 청소년YMCA 서부권역연합회장(17ㆍ천안쌍용고 2학년)은 “세월호 사고 때 마치 제 바로 옆에 있는 친구들이 죽은 것처럼 멍해졌어요.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어른들이 돈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어른이 됐을 때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바르게 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회원들은 “친구를 구하라”, “정부를 믿어도 될까요”라는 구호가 쓰여진 손팻말을 들고 시민들과 함께 행진했다.

10일 ‘세월호 침몰사고 문제해결을 위한 안산시민사회연대’는 안산 화랑유원지 세월호 사고 합동 분향소에서 인간띠 만들기 행사를 열었다. 행사에 참여한 3000여명의 시민들은 받은 노란끈을 연결해 700미터에 달하는 하나의 끈으로 만들어 유가족들이 있는 합동분향소 주변을 둥글게 감쌌다. 이정용 기자
10일 ‘세월호 침몰사고 문제해결을 위한 안산시민사회연대’는 안산 화랑유원지 세월호 사고 합동 분향소에서 인간띠 만들기 행사를 열었다. 행사에 참여한 3000여명의 시민들은 받은 노란끈을 연결해 700미터에 달하는 하나의 끈으로 만들어 유가족들이 있는 합동분향소 주변을 둥글게 감쌌다. 이정용 기자
이어 오후 6시부터는 안산문화광장에서 ‘끝까지 밝혀줄게, 국민촛불 켜기’ 행사가 열렸다. 전국 각지에 모인 1만5천여명(주최 쪽 추산ㆍ경찰 추산 5000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어 학생들을 추모하고 정부의 무능한 대처를 규탄했다.

행사는 경기굿위원회의 여는 굿으로 시작됐다. 안무가가 하얀국화를 들고 살풀이춤을 출 때 하얀 국화꽃잎 수백개가 하늘에 날렸다. 이어 한겨레문화재단 ‘평화의 나무 합창단’이 ‘천 개의 바람되어’와 ‘그날이 오면’이라는 제목의 합창곡을 불렀다. 태안참사유가족 대표 이후식씨는 “이별의 말도 한마디 못하고 피눈물 흘리며 금쪽같은 자식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야할 희생자 가족들에게 이 못난 사회가 너무나 큰 죄를 지었습니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한 점 의혹 없는 민ㆍ관ㆍ군ㆍ경 유착비리 수사를 위한 특검을 요구하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편에 서서 끝까지 지지해 주십시오”라고 추도사를 읽었다.

세월호에서 사망한 이보미 학생이 생전에 ‘거위의 꿈’이라는 노래를 부르는 영상이 화면에 나오자 곳곳에서 시민들이 흐느꼈고 추모제의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저녁 8시쯤 집회가 끝난 뒤 시민들은 안산시청을 거쳐 안산중앙역로데오거리까지 3㎞를 행진했다.

전국 각지에서도 세월호 관련 집회와 기자회견이 열렸다. 서울에선 5대종단 시국공동행동은 오후 4시 30분 청계광장에서 1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세월호 추모 및 정부 부실대응 규탄기도회를 열고 대한문과 명동성당을 지나 북인사마당까지 행진했다. ‘세월호 참사 시민 촛불 원탁회의(원탁회의)’도 이날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10만 서울시민 촛불집회’를 열고 이날 저녁까지 명동 일대에서 거리 행진을 하며 “박근혜 대통령 퇴진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홍대입구와 명동에서는 대학생들이 검은색 옷을 맞춰 입고 노란 리본을 묶은 국화와 마스크를 준비해 침묵시위를 벌인다.

보수성향 단체인 어버이연합 회원 300여명은 오후 6시 동아일보사 앞에서 희생자 추모집회를 열었고 자유대학생연합은 오후 4시 서대문구 신촌 유플렉스 앞에서 ‘추모제 정치세력화 방지’ 기자회견을 했다.

부산에선 부산민중연대가 오후 7시 30분께 부산역에서 세월호 희생자 추모 집회를 열었다. 또 이날 오후 7시께 부산 북구 화명동 롯데마트 앞에서는 북구주민네트워크 관계자 20~30명이 모여 세월호 촛불집회를, 같은 시간에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태화점 앞에서는 부산시민의힘 민들레 회원 30여 명이 추모 집회를 열었다.

미국 교민들은 10일부터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7곳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정부규탄 촛불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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