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KBS의 한 간부가 막내 기자들의 세월호 보도에 대한 반성문을 공개 비판하고 나서, 다른 사내 구성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지난 9일 성창경 KBS 디지털뉴스국장이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을 공개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 글은 지난 7일 KBS 1~3년차 기자들이 반성글을 올린 지 하루 만인 8일에 올라왔다.

　‘선동하지 말라’는 제목의 글에서 성 국장은 “막내기자들의 글은 반성이라기보다 비난이다. 비판이다. 모두 회사를 겨냥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기다렸다는 듯이 진보언론들이 대서특필 하고 있다. 그것도 수신료 현실화 상정과 궤를 같이해서 말이다”고 덧붙였다. “반성을 빌미로 다시 회사를 공격하고, 또 정권의 나팔수라는 올가미를 씌우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만족하진 못했지만 기자들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보도했다. 휴일 없이, 먹고 자는 것이 형편없어도, 배 멀미를 하면서까지 보도했다. 초유의 사태를 당해 현장에서 당황하고, 체계적이지 못한 점은 내부에서도 충분히 반성하고 있다”며 KBS의 노력을 강조했다. “그러나 유가족 측에서 보면 내용없이 반복되는 특보, 속 시원하게 보도하지 못한 점,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다. 어쩜 욕 먹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면서도, “모든 것이 물 속에 있기 때문”이라고 썼다.

　막내 기자들에 대해서는 “아직 그대들은 더 많이 배우고 또 익혀야 한다. 펙트와 정황, 상황과 느낌을 냉정하게 구분하고 취재기법도 더 배워야 한다”고 했다. “사원증에 잉크도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반성문>을 빙자해 집단반발하는 것부터 먼저 배우는 시대”라고도 덧붙였다.

　성 국장은 막내 기자들의 반성문에 호응하는 선배 기자들과 새노조에 대해서도 ‘정략적’이라며 비판했다. “선배라는 자들이 댓글에 ‘가슴 아프다’, ‘부끄럽다’며 부채질한다”, “후배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한번 시키지 못하는 자들이 사측에 항명하는 것부터 가르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언론자유와 공영방송이라는 이름으로 선동하지 마라. 그대들이 아무리 아니라 해도 작금의 막내기자들의 글과 2노조(새노조) 성명은 바로 좌파들이 좋아하는 논리”라고 했다.

　이어 “신입생 연수 과정에 노조의 특강이 있는 점을 보고 놀랐다”며 “새 출발하는 새내기들에게 사측을 분리시키고, 견제하고, 투쟁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 아마 KBS뿐 아닐까”고 썼다.

　또 “선거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으니까 영향을 미치겠다는 것인가”라며, “순진한 후배들을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훈수하고 가르쳐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성 국장의 글에는 댓글만 30여개가 달리고 답글 형식으로도 글이 올라오고 있다. 모두 성 국장의 글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입사 15년차 이상의 한 기자는 댓글에서 “세월호의 비극은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글이다. 비극의 현장에서 진심을 다해 진실을 전하지 못한 기자들이 뼈아픈 반성을 토해내는 것을 ‘투쟁’, ‘선동’, ‘정략적’이라고 부를 수 있느냐”며 “국장님 눈에는 30대 초반의 기자들이 누군가 이용하면 이용당하기만 하는 초딩 수준으로 보이느냐”고 했다. 성 국장이 노조를 비판한 부분에 대해 한 기자는 답글을 달아 “신입사원 연수 때 노조의 특강이 포함된 건 노동조합이 있는 대규모 사업장에서 흔히 있는 일”이라며 “성 국장의 글은 단체협약과 법에서 정한 노동3권 등에 따라 노동조합 가입 자격이 있는 개인들을 압박하는 것으로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아무리 새노조가 싫어도 회사 간부로서 할 말, 못할 말을 가려서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성창경 국장은 9일 <한겨레>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사내 게시판에 쓴 글이라, 외부 언론과는 인터뷰하기 싫다”고 말했다. KBS 홍보실 관계자도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한 글이라 회사 차원의 해명은 필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