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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가족들 숙면이라도 했으면 싶어서…”

등록 2014-04-30 20:34수정 2014-04-30 21:56

치료 봉사를 하고 있는 이강삼씨
치료 봉사를 하고 있는 이강삼씨
카이로프랙틱 치료 봉사 이강삼씨
불면증 없애려 머리 등 집중치료
5월 연휴에도 다시 내려올 계획
지난 28일 오전 세월호 자원봉사자 숙소로 쓰이는 전남 진도체육관 사무실 앞 소파에 실종자 부모들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 어머니가 “아이가 몇 반이냐”고 묻자, 다른 어머니가 “1반”이라고 했다. “그 반 애들은 많이 나오지 않았느냐”, “많이 나오기는 했는데 우리 딸은 아직 안 나왔다”는 대화가 힘없이 오고 갔다. 그때 한 아버지가 “좋다는데 한번 받아보라”며 아내로 보이는 여성을 데리고 소파 쪽으로 다가왔다. 여성의 목에는 실종 여학생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이들은 자원봉사자 이강삼(44)씨가 하는 ‘카이로프랙틱’(손을 이용해 척추·관절·근육을 풀어주는 요법) 치료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이씨는 카이로프랙틱 치료사다. 27~28일 이틀간 자신이 다니는 선문대 통합의학대학원 의료봉사단 10여명과 함께 진도를 찾았다. 체육관 사무실을 빌려 임시치료소를 만들었다. 좁은 사무실에 치료용 침대를 펼 수조차 없어서 담요 몇 장을 까는 것으로 대신했다. 처음에는 가족들의 고통이 너무나 커서 선뜻 다가갈 수 없었다. 그들의 뭉친 근육과 관절을 만지는 것조차 힘겨웠다.

“열흘 동안 밥도 못 먹은 40대 어머니였어요. 아들이 아직 못 나왔나 봐요. 치료하는 중에도 계속 울고 힘들어해서 눈물을 닦아줬어요. 20대 후반의 한 여성은 안대를 끼고 왔어요. 잠을 못 자겠다는데…. 치료를 해주고 여기서 재웠어요. 다음날 그분이 어머니를 모시고 오셨는데 어머니가 펑펑 우셨어요. 남편이 아직 (바다에서) 못 나왔는데, 나는 살려고 안마나 받고 있다는 게 기가 막힌다고….”

이씨와 동료들은 그렇게 가족 70여명과 자원봉사자 30여명을 치료했다. 카이로프랙틱은 원래 척추 관절을 바로잡아 몸의 전체적인 균형을 맞춰주는 교정술이다. 하지만 진도에서는 시술 방향을 조금 바꿨다. 잠을 잘 자지 못하는 가족들이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복잡한 생각에 머리가 아프지 않도록 머리, 턱관절, 어깨(승모근) 치료에 집중했다.

‘열린의사회’ 회원이기도 한 이씨는 두달에 한번씩 경기도 화성외국인복지센터에서 외국인노동자를 상대로 카이로프랙틱 치료 봉사를 하고 있다. 이씨는 동료들과 함께 5월 ‘황금연휴’ 기간에 다시 진도로 내려갈 계획이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마음이 가족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무슨 말이 필요있겠어요. 남은 사람들은 힘을 내서 또 살아야 하잖아요. 마음의 병이 더 깊어지지 않도록 도와드리고 싶어요.”

진도/글·사진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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