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안맞아” 잇따라 폐업…17곳중 5곳만 유지
“도대체 <대장금>에 나온 ‘삼합장과’는 어디에 가야 맛볼 수 있죠?”
음식 코디네이터 김지은씨는 최근 전통 한정식을 취재하러 온 일본 잡지사 관계자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고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곧 그 까닭을 알게 됐다. 그들이 묵고 있는 서울시내의 최고급 호텔에 한식당이 없었던 것이다.
최근 한류 바람을 타고 전통 한식 요리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부쩍 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서울의 주요 호텔(특1급)에서는 한식당이 사라지고 있다. 외국인들이 호텔에서 손쉽게 한식을 맛보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지난해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의 ‘한가위’와 웨스틴 조선호텔의 ‘셔블’에 이어 올 6월 서울프라자호텔도 삼청각에서 운영하던 ‘아사달’의 문을 닫았다. 제이더블유메리어트호텔, 그랜드 하얏트 등 외국계 체인 호텔은 개장할 때부터 한식당을 두지 않았다. 때문에 현재 서울 시내 17개 특1급 호텔 가운데 한식당이 있는 곳은 롯데호텔(소공·잠실점)과 쉐라톤 그랜드워커힐 등 5곳에 지나지 않는다.
호텔들이 한식당 운영을 중단하는 이유는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한 호텔의 관계자는 “주고객이 사업 때문에 방한하는 개인들이고, 패키지 관광으로 온 관광객들은 외부에서 식사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호텔 한식당 매출은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식조리사협회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호텔 쪽의 수익 논리를 이해는 하지만 한국의 음식 문화를 알리는 데 앞장서야 할 호텔들이 앞다퉈 한식당 문을 닫는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자본 호텔을 중심으로 전략적으로 한식당을 살리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한식당 ‘서라벌’의 문을 닫았던 호텔신라는 한식 고급화를 전담하는 특별팀을 발족해 내년 한식당 영업을 재개하기로 하고 준비에 들어갔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최고급 고객을 겨냥한 최고급 한식 요리를 만들어 전통요리를 제대로 알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롯데호텔도 정통 한식을 알리는 의미에서 드라마 <대장금>에 나온 요리를 메뉴로 내놓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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