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색 작업 난항
오른쪽 객실 수색·주검 인양 마쳐
왼쪽은 해저면에 닿아 수심 45m
26일 실종자 한 명도 못 찾아
“배 더 가라앉기 전 인양” 목소리
대책본 “정부-유가족 협의해야”
오른쪽 객실 수색·주검 인양 마쳐
왼쪽은 해저면에 닿아 수심 45m
26일 실종자 한 명도 못 찾아
“배 더 가라앉기 전 인양” 목소리
대책본 “정부-유가족 협의해야”
세월호 선체 내부 수색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26일에는 수색작업 시작 뒤 처음으로 단 1구의 주검도 수습하지 못했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시신 유실과 부패 등을 막고, 잠수요원들의 안전 확보를 위해 선체를 바로 세우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조심스럽게 내놓기 시작했다. 그러나 구조팀은 수색의 어려움은 인정하면서도 “선체 세우기는 인양 단계에서 논의할 사안”이라고 했다.
■ 좌현 수색 난항 27일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민·관·군 합동구조팀이 창문을 깨고 진입할 수 있는 선체 오른쪽(우현) 객실의 경우 수색과 주검 수습을 마쳤다고 했다. 반면, 해저 바닥면에 붙은 좌현 쪽은 사실상 손을 못 대고 있는 실정이다. 좌현 쪽 객실에 진입하려면 우현 창문을 통해 선체 내부로 들어간 뒤 매트리스, 칸막이, 자판기, 전선 등 온갖 부유물이 얽힌 통로를 지나가야 한다. 선체 폭은 22m 정도지만, 구불구불하게 꺾인 통로를 따라가느라 이동 거리는 훨씬 길어진다. 게다가 좌현 쪽으로 밀어서 열어야 하는 철문의 경우 장애물 등이 있으면 우현 쪽에서 진입한 잠수요원이 열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이런 가운데 이미 숨진 실종자들의 주검이 유실됐거나 유실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일 기준으로 합동구조팀이 수습한 주검 185구 가운데 45구가 선체 내부가 아닌 물속에서 발견됐다. 선체에서 400m 떠내려간 주검 2구를 합동구조팀이 수습하기도 했다. 실제 1993년 ‘서해훼리호’ 침몰사고 때는 사고 해역에서 50㎞나 떨어진 곳에서도 주검이 발견됐다. 해군 관계자는 “서해훼리호 사고 때는 사망자 292구의 시신을 모두 회수했지만 그때는 ‘천운’이 따랐었다. 이번에도 시신 유실이 없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잠수요원 안전 위협 합동구조팀 잠수요원들의 안전 확보도 어려운 상황이다. 해저면에 닿아 있는 좌현 쪽은 수심이 47m에 이른다. 사고 초기 수심 20m에서 작업할 때는 잠수요원들이 20~30분 수중수색을 할 수 있었지만, 수심 40m일 경우 실제 작업 시간은 10분 정도밖에 확보할 수 없다고 한다. 선체 내부로 진입하는 잠수요원들은 공기통이 아니라 수면 밖에서 공기를 공급하는 ‘머구리’ 방식을 사용한다. 복잡한 선체 내부를 지나다 공기 호스가 꼬이거나 끊길 경우 인명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제까지 잠수요원 6명이 머리가 찢어지는 등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고 대책본부는 밝혔다.
수심이 깊어지면서 작업 시간을 늘리느라 감압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잠수요원들의 잠수병 증상도 늘고 있다. 28~29일은 ‘사리’ 때로 사고 해역 조류 속도가 최고조에 이를 전망이다. 이 때문에 선체 역시 해저면으로 더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수천t의 선체 주변으로 빠른 조류가 형성돼 뻘과 자갈을 쓸고 나가는 ‘세굴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 선체 돌려놓기라도 전문가들은 생존자 존재 가능성을 염두에 둔 수색 방식을 일부 변경해야 한다는 제안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한국해양대 김세원 교수는 “선체 구조상 실종자들이 의지할 선내 공기층(에어포켓)이 남아 있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진단했다. 2010년 천안함을 인양했던 정성철 ‘88수중개발’ 대표는 “사고 당시 실종자들이 수심 30m라는 깊은 수심으로 급속히 내려갔다면 생명을 유지하기가 어려웠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 때문에 좌현 창문으로 진입할 통로 확보를 위한 ‘선체 바로 세우기’나, 선체 전체를 낮은 수심까지 들어올리는 ‘선체 일부 인양’ 등의 제안이 나오고 있다. 김세원 교수는 “수심 10~20m까지만이라도 선체를 들어올리면 수색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최소한 옆으로 누워 있는 선체를 바로 세우면 좌현 쪽을 수색할 길을 열어줄 수 있다”고 했다. 정성철 대표도 “뻘에 묻혀 있을 좌현 쪽 선체와 주검은 잠수요원들이 꺼내기 어렵다. 배가 더 가라앉기 전에 인양으로 전환해야 한다. 냉정하게 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대책본부 쪽은 조심스럽다. 합동구조팀은 27일 저녁 브리핑에서 “선체를 바로 세우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오히려 시신 훼손의 우려가 있다. 선체 세우기는 인양 단계에서나 고려하는 게 적절하다. 일단은 모든 방법을 열어두고 수색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잠수요원들이 구조를 못하는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인양을 해서라도) 하루라도 빨리 주검을 찾아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사망’을 기정사실화하는 선체 인양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고명석 대책본부 대변인은 “선체 인양은 가족과 정부가 협의를 거쳐 결정할 문제다. 현재로서는 인양에 대비해 제반 사항을 준비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진도/최우리 서영지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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