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한겨레] 국내 여객선 전수조사 해보니…
20년 이상 전체의 20% 넘어…안전 점검은 1척당 13분
20년 이상 전체의 20% 넘어…안전 점검은 1척당 13분
‘세월호’의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것이 노후화된 선박 관리 문제다. 아직 명확한 침몰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세월호의 경우 조타기와 레이더 등이 잦은 고장을 빚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노후화가 시작된 배일수록 부품 정비 등 안전 관리가 철저해야 하건만, 현실은 형식적인 검사에 그쳤다. 낡은 배를 중심으로 집중적인 안전 재점검이 이뤄질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겨레>가 한국해운조합의 ‘2013년 연안여객선 업체 현황’(2012년 12월31일 기준)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연안여객선 172척 가운데 20.5%(37척)가 선령 20년 이상의 선박으로 드러났다. 2008년에 7.8%였던 것이 2009년 선령 규제 완화 이후 세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는 해운법 시행수칙을 개정해서 여객선 제한선령을 최대 25년에서 30년으로 완화했다.
가장 오래된 배는 올해로 28년째를 맞은 세 척으로, 이는 2009년 완화한 제한선령인 30년에 육박한다. 모두 세월호와 같이 제주를 오가는 대형 카페리호다. 1986년 건조된 한일카훼리3호(한일고속·606톤), 제주월드(두우해운·4332톤), 세창코델리아(여수훼리·8596톤)는 각각 완도, 삼천포, 여수에서 제주를 오갔다. 2012년 기준으로 현재까지 취항되는 것은 한일카훼리, 제주월드 두 척이다.
이 가운데 코델리아호(8596톤)는 일본에서 쓰던 배를 수입, 2011년 세창해운 소속일 때 평택-제주 13시간이 소요되는 장거리 노선을 취항한 적도 있다. 2012년 6월 여수훼리가 인수해 여수-제주 구간을 운행했으나, 잦은 보수로 인한 결항, 추돌사고 등을 빚었고 지난해 1월 여수훼리가 폐업하며 해당 노선 운항이 중단됐다.
제주월드호는 취항 당시부터 안전 문제가 불거졌다. 취항 4개월만인 2012년 7월 사천 신수도 남방 해상에서 발전기 고장으로 멈춰, 승객 82명이 10시간 동안 표류하는 사고를 냈다. 게다가 올해 들어서는 여객 정원을 당초 550명에서 620명으로 늘렸다. 세월호처럼 배 구조를 증축하지도 않았는데, 선박검사기관의 여객정원 재심사에서 정원만 늘렸다. 최근 노후 선박의 안전관리 문제가 불거지면서, 통영해양경찰서가 직접 안전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한일카훼리 3호는 제주-추자-완도 노선을 운행해 왔는데, 원래대로라면 선령이 2011년 3월에 만료될 예정이었다. 2009년 당시 제주도는 한일카훼리3호가 더이상 취항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600톤급인 한일카훼리3호 대신 3000톤급인 한일카훼리2호를 접안할 수 있는 시설을 설계하는 용역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규제가 완화되면서 현재 그대로 운행중이다.
그 외에 30년 연한 수령에 육박한 배들로 1988년 건조된 제11화용호, 삼영호, 삼봉호, 누리마루호와 1989년 건조된 풍진훼리3호, 평화훼리3호, 코스모스호, 오하마나호, 남해스타호 등이 있다. 대부분이 승객만 운반하는 여객선이지만, 풍진훼리3과 평화훼리3는 차량 탑재가 가능한 차도선(차량과 여객을 동시수송)이다.
특히 오하마나호(6322톤)는 청해진해운에서 운영하는 카페리호로, 세월호와 구조가 유사하지만 선령 25년으로 세월호보다도 오래됐다. 청해진해운이 세월호 수입에 앞서 같은 일본 마루에이사에서 수입한 배다. 마루에이사는 세월호와 ‘닮은꼴 사고’로 화제가 됐던 아리아케호의 소속 해운사이다. 세월호와 아리아케호는 모두 같은 조선소에서 건조된 로로 선박으로, 폭이 좁아 급회전시 전복위험이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현재 오하마나호(인천-제주 구간)는 세월호 사고 이후 청해진해운에서 운항을 중지시킨 상태다.
그 외에 씨스타크루즈호(1만5089톤), 한일카훼리1호(6327톤), 남해고속카훼리7호(3780톤) 등도 승객인원이 975~1935명으로 천명대의 대형 카페리지만, 선박 건조시기가 1990년~1991년이다. 계속 운행했다면 올해로 23~24년째를 맞는 셈이다.
물론 선령은 선박 안전의 절대 기준이 될 수 없다. 건조 시점이 이르더라도, 관리가 잘 된 선박이라면 오랜 운항에 문제가 없다. 호화여객선으로 유명했던 영국 퀸메리호도 1936년 운항을 시작해 1967년 퇴역(선령 31년)했다. 하지만 노후선박의 경우, 낡은 부품 교체나 정비 등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 안전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해사안전법에 따르면 선박 안전 단속은 ‘강제 조항’이 아니다. 해경이나 해양수산부가 선박의 안전점검을 나가기 전 단속 대상에게 ‘미리’ 통보하도록 돼 있고, 또 단속에 적발되더라도 정부의 ‘개선명령’을 사후 이행했다고 보고하면 제재도 취해지지 않는다.
그나마 점검도 허술했다.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은 2013년 안전점검 당시 척당 13분의 조사시간을 들였다. 사실상 형식적인‘서류 조사’에 그쳤다는 얘기다. 선령 규제는 30년으로 완화했으면서, 안전 관리에는 소홀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데이터 분석 및 시각화 조승현, 글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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