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이틀째인 17일 오후 진도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희비가 갈리는 소식이 들려올때 마다 울부짖고 있다. 진도/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진도 해상 여객선 참사] 안타까운 사연들
“아까 세탁소 주인에게서 전화가 왔어. 단원고 애 아니냐고. 그래서 내가 교복 (세탁)하지 말라고 했어. 입을 사람 없다고. 난 마음을 비웠어.”
17일 진도체육관에서 실종된 안산 단원고 2학년 강신욱군의 소식을 기다리던 아버지 강아무개(54)씨의 얼굴에는 차가운 현실이 가져온 체념의 기색이 스쳤다. “수학여행 가기 전날 10만원을 달래서 줬더니 반팔티 3장이랑 이것저것 사 갔어. 가방에 잘 쌌는지 두세 번 확인해줬어. 가지 말라고 농을 치니 간다고 좋아하더라고. 배 떠나는 날 밤, 아들이 안개 때문에 배가 못 뜨면 집에 가야 하니까 문 열어놓고 자래. 아침 8시에 일어나 ‘어디냐’고 하니 배래. ‘별일 없냐’ 했더니 답장이 안 와.”
강씨는 신욱군이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혼자서 애지중지 키웠다. “새벽에 밥해주면서 키운 게 생각나. 아버지 혼자 자기 키운다고, 아이가 착했어. 겨울방학에 전단지 붙이는 알바도 했어. 인력시장도 세 번인가 나가더라고. 2000원 주면 그것도 아껴 쓰던 놈이야. 철이 빨리 든 놈이라 더 아리네. 너무 눈에 밟혀. 지금도 옆에서 부르는 것 같아.” 아이와 함께 보낸 지난날을 떠올리던 강씨의 눈시울이 어느새 붉어졌다.
실종된 강신욱군 아버지
“농담처럼 가지 말랬는데…”
홀로 구조된 6살 권지연 양은
가족이 제주도로 이사가던 길
생일날 날벼락 맞은 단원고 교사
축하편지 쓴 학생도 함께 실종
역시 실종된 단원고 2학년 3반 담임 김초원(26) 교사는 사고가 일어난 16일이 생일이었다. 그 이틀 전 반 학생 33명이 색종이에 편지를 써서 선생님의 생일을 축하해줬다. 선생님과 함께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김담비양은 “친구들끼리 작은 선물을 준비했어요. (수학여행에서) 예쁜 추억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어요”라고 썼다. 올해 처음 담임을 맡은 김씨는 학생들에게 매우 인기있는 교사였다고 한다. 이날 주검이 발견된 교사 최혜정(24)씨의 아버지 최재규씨는 “사범대를 수석 졸업할 정도로 똑똑하고 꿈 많던 아이였는데, 착하고 성실했던 딸의 죽음을 믿을 수가 없다”고 했다. 부모, 한 살 터울의 오빠와 함께 배에 탔다가 혼자만 구조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는 권지연(6)양의 가족은 화물트럭에 짐을 싣고 제주도로 이사를 가던 길이었던 것으로 17일 밝혀졌다. 아버지 권재근(52)씨는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제주도로 귀농하던 길이었다. 권양의 큰아버지 권오복(59)씨는 “(동생이) 서울에서 공장을 전전하면서 사는 게 싫다고 했다. 감귤농장 작은 거 하나 사서 가족들 데려가서 산다고 했다”고 말했다. 세월호에서 폭죽 터뜨리는 아르바이트를 해온 김기웅씨는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올해 10월에 결혼하기로 한 세월호 직원인 여자친구(28),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촌동생 방현수(20)씨는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 동창생 10명과 제주도 여행을 간 남편이 실종된 60대 여성은 “어제 오전 9시55분 남편한테 ‘안전하오’라는 문자가 왔다. 내가 ‘언제 구조돼?’라고 물었는데 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진도/최우리 서영지 기자 ecowoori@hani.co.kr
실종된 강신욱군 아버지
“농담처럼 가지 말랬는데…”
홀로 구조된 6살 권지연 양은
가족이 제주도로 이사가던 길
생일날 날벼락 맞은 단원고 교사
축하편지 쓴 학생도 함께 실종
역시 실종된 단원고 2학년 3반 담임 김초원(26) 교사는 사고가 일어난 16일이 생일이었다. 그 이틀 전 반 학생 33명이 색종이에 편지를 써서 선생님의 생일을 축하해줬다. 선생님과 함께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김담비양은 “친구들끼리 작은 선물을 준비했어요. (수학여행에서) 예쁜 추억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어요”라고 썼다. 올해 처음 담임을 맡은 김씨는 학생들에게 매우 인기있는 교사였다고 한다. 이날 주검이 발견된 교사 최혜정(24)씨의 아버지 최재규씨는 “사범대를 수석 졸업할 정도로 똑똑하고 꿈 많던 아이였는데, 착하고 성실했던 딸의 죽음을 믿을 수가 없다”고 했다. 부모, 한 살 터울의 오빠와 함께 배에 탔다가 혼자만 구조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는 권지연(6)양의 가족은 화물트럭에 짐을 싣고 제주도로 이사를 가던 길이었던 것으로 17일 밝혀졌다. 아버지 권재근(52)씨는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제주도로 귀농하던 길이었다. 권양의 큰아버지 권오복(59)씨는 “(동생이) 서울에서 공장을 전전하면서 사는 게 싫다고 했다. 감귤농장 작은 거 하나 사서 가족들 데려가서 산다고 했다”고 말했다. 세월호에서 폭죽 터뜨리는 아르바이트를 해온 김기웅씨는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올해 10월에 결혼하기로 한 세월호 직원인 여자친구(28),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촌동생 방현수(20)씨는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 동창생 10명과 제주도 여행을 간 남편이 실종된 60대 여성은 “어제 오전 9시55분 남편한테 ‘안전하오’라는 문자가 왔다. 내가 ‘언제 구조돼?’라고 물었는데 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진도/최우리 서영지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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