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화면 갈무리
학생들 배 기울기 시작하자
엄마·아빠에게 다급히 카톡…
구조된 학생들 초조하게
친구들 구조 소식 기다리다
사망 소식 전해듣고 울음바다
진도체육관 도착한 학부모들
아이들 이름 부르며 통곡
실종자 명단 확인하고 실신도
엄마·아빠에게 다급히 카톡…
구조된 학생들 초조하게
친구들 구조 소식 기다리다
사망 소식 전해듣고 울음바다
진도체육관 도착한 학부모들
아이들 이름 부르며 통곡
실종자 명단 확인하고 실신도
16일 오전 승객 전원이 구조됐다는 텔레비전 뉴스특보는 안타깝게도 사실이 아니었다. 오후 들어 462명 중 170여명만이 구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실종자 가족들은 밤늦게까지 사고 지점에서 배로 1시간 정도 떨어진 전남 진도 팽목 부두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고 구조대를 기다렸다. 일부 가족은 밤 10시께 해경 배를 타고 구조 현장을 둘러보며 발을 굴렀다.
■ 수학여행이 악몽으로 2학년 학생 325명이 수학여행 길에 오른 경기도 안산 단원고는 이 가운데 78명만 구조됐다는 소식에 온통 학부모들의 울음바다로 변했다. 친구들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간다며 들떴던 학생들의 수학여행 길은 차가운 바닷물 속에 악몽으로 가라앉았다. 학생들은 배가 기울기 시작하자 ‘배가 침몰하고 있다’며 부모에게 전화를 하거나 다급하게 카카오톡 문자를 보냈다. 한 학생은 “엄마 내가 말 못 할까봐 미리 보내놓는다. 사랑한다”라는 문자를 남기기도 했다. 사고 상황을 몰랐던 이 학생의 어머니는 “나도 사랑한다”는 답문자를 보냈다. 진도 서거차마을로 이송된 단원고 손정화(16)양은 “정신없이 빠져나왔는데, 나와 보니 아직 친구들이 못 나온 것 같다. 헤엄쳐 나오는 것을 봤는데 구조된 친구들이 별로 없어서 울고 있는 애들도 있다”고 전했다. 구조된 학생들이 수용된 진도체육관에서는 몸에 담요를 두른 학생들이 초조하게 친구들의 구조 소식을 기다렸다. 구조된 친구들을 본 학생들은 서로를 끌어안기도 했다. 오후 들어 상당수 친구들이 아직 구조되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여기저기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학생들은 물에 젖어 쓸모없게 된 휴대전화를 들고는 생사를 알 수 없는 친구 걱정에 “어떡하냐”며 발을 굴렀다. 구조된 한 학생은 “어제 밤 8시30분에 배가 출항한다는 소식에 우리 모두 환호를 질렀다. 근데 내 친구들 모두 돌아오지 못했다. 목포 병원에서 글 남긴다. 제발 모두 살아돌아와. 진균아. 유성아. 영훈아. 현주야…”라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오후 들어 정차웅(17)군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단원고 체육관에서 초조하게 구조 소식을 기다리던 학부모들은 다리가 풀렸다. 부모들은 학교에 설치된 생존자 명단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한 학부모는 실종자 표시를 생존자 표시로 잘못 보고 안도했다가 실종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뒤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일부 학부모들은 15일 밤 출항 전 자녀들과 통화할 때 ‘안개 때문에 기상 상황이 좋지 않다’고 했다며 일정을 강행한 학교에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사망이 확인된 청해진해운 직원 박지영(22)씨의 어머니는 딸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한 채 부축을 받으며 목포 한국병원에 들어섰다. 박씨의 이모부 김정길(61)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집안이 어려워지자 대학에 다니다 일을 시작했다. 어머니랑 여동생밖에 없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박씨는 사고 때 안내방송을 하고 뒤늦게 바다로 뛰어들었다가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버스 6대를 대절해 급히 진도로 내려간 학부모들은 체육관에 들어설 때 자녀들 이름을 부르며 통곡했다. 입구에 걸린 구조자 명단을 보려고 몰려든 학부모들은 자녀 이름을 확인하지 못하자 또다시 통곡했다. 일부는 실신해 들것에 실려가기도 했다. 김아무개씨는 “아들이 4층 객실에 머물고 있었다는데, 어디에도 이름이 없다”며 눈물을 쏟았다. 학부모들은 학교 쪽이 현장 상황을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은 채 ‘학생들이 모두 무사하다’는 안내문자를 보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 순식간에 물 차올라 생존자들은 선체가 기울자 순식간에 물이 차올랐다며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전했다. 여객선 안 편의점에서 일하는 송지철(19)씨는 “배가 기울다가 5초 만에 순식간에 물이 차올랐다”고 말했다. 강인환(57)씨도 “파도도 잔잔한 편이었고 순항하다가 갑자기 급속하게 배가 왼쪽 측면으로 기울었다. 사람들이 한쪽으로 다 몰려버리고 문을 열지 못해 방에서 빠져나가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안산 단원고 2학년 한아무개(16)양은 “우리는 대피할 때까지 이렇게 큰 배가 설마 침몰할 줄 몰랐고 곧 정상화할 줄 알았다”며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비명에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생존자들은 갑자기 차오른 물로 문이 열리지 않아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이 많았다고 전했다. 특히 배가 쓰러진 방향인 좌현과 화물이 많이 실린 후미 쪽 승객들이 대거 실종된 것으로 보인다.
생존자들은 필사적 노력과 구원의 손길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신영자(71)씨는 “물이 자꾸 차서 높은 곳으로 헤엄쳐 올라가 5명 정도 사람들과 함께 매달려 있었다. 구명조끼 수납장을 열어서 그곳을 딛고 올라갔고, 젊은 사람 한 명이 창을 통해 살려달라고 구명조끼를 흔드니까 배가 왔다. 일반 어선으로 기억하는데 그들이 쇠망치로 창문을 깨서 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생존자로 확인된 이중재(60)씨의 부인(54·인천 부평구)은 “남편이 구조를 기다리다가 거의 마지막에 바다로 뛰어내렸다고 했다”며 “선체 안에서 (함께 여행 간) 동창생들이 못 나오고 있는 것을 봤다고 했다”고 전했다.
목포/최우리 박승헌 이재욱 박기용 기자, 박수지 기자 ecowoori@hani.co.kr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전남 진도 해상에서 구조된 이들이 16일 오후 인근 팽목항에 도착해 담요로 몸을 감싼 채 진도체육관으로 이동하는 버스에 오르고 있다. 진도/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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