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강제전출’ 시행을 하루 앞둔 9일 낮 서울 은평구 수색역 구내 45m 철탑에서 이영익 전 철도노조 위원장과 유치상 전 사무처장이 “강제전출 철회” 등을 촉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강제전출’ 시행 반발
80여명 서울역광장서 단식
이영익 전 위원장 등 2명은
서울 수색역 45m 철탑 올라
코레일 “고소·고발 방침”
80여명 서울역광장서 단식
이영익 전 위원장 등 2명은
서울 수색역 45m 철탑 올라
코레일 “고소·고발 방침”
전국철도노조가 코레일의 ‘강제전출’ 시행을 앞두고 집단 단식과 철탑 농성에 들어가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철도노조를 상대로 한 코레일 쪽의 대량해고 및 징계, 손배 가압류 등 잇단 강공책에 노조도 정면 대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철도노조 서울지역 간부 80여명은 9일 오전 서울역광장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이영익 전 철도노조 위원장과 이번에 강제전출 대상자로 선정된 조합원 유치상씨 등 2명은 비슷한 시각 서울 은평구 수색역에 있는 45m 높이의 작업용 철탑에 올랐다. 이들은 모두 코레일 쪽이 10일 강행하기로 한 조합원 726명에 대한 강제전출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서울차량사업소에서 경기도 문산전동차사무소로 전출된 유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1987년부터 일을 시작해 27년간 이곳에서 새마을호, 무궁화호만 정비했는데 갑자기 지하철 등 전혀 다른 차량을 정비하라고 해서 참담하다. 뜬금없는 인사발령 조처에 비참한 기분마저 든다”고 말했다. 이 전 위원장도 “서울차량사업소에 238명이 있는데 비희망자 17명이 강제로 전출됐다. 대부분 노조 활동에 적극적이고 파업에 참여한 사람들이라 노조 탄압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코레일은 7일 “효율적 인력 운영을 통한 조직경쟁력 강화”가 목적이라며 직원 726명을 다른 지역으로 보내는 인사 조처를 10일자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철도노조는 회사 쪽의 이번 조처가 지난해 12월9일부터 철도 사상 가장 긴 23일 동안 진행된 민영화 반대 파업 뒤 노조에 가해지는 탄압의 하나라고 본다. 회사는 파업 직후 노조 간부 130명을 해고하는 등 404명을 중징계했고 노조에 16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업무방해 혐의로 노조 간부들을 형사고소하기도 했다.
노동계는 회사 쪽의 잇단 강공책의 배경에 철도 민영화 논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고 본다. 코레일 쪽이 지난해 수서발 고속철도(KTX) 자회사 설립에 속도를 내자 민영화의 전초 작업이라는 비판이 일고, 이에 반대한 철도노조의 파업이 예상을 뛰어넘는 여론의 호응을 얻자 노조의 기세를 꺾어 놓을 필요가 커졌다는 것이다.
코레일은 지난해 철도 민영화 논란이 일자 자회사 설립은 민영화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했으나 “철도공사 운영 포기 적자 노선, 광역철도 신규 사업 등은 공기업 또는 민간에 개방해 민간과 경쟁 체제 도입”을 목표로 한다고 명시한 내부 문건이 공개된 바 있다. 아울러 철도노조의 파업을 귀족노조의 파업이라고 비난했으나, 신설 수서발 고속철도 자회사로 옮기는 직원들의 급여를 10%가량 올릴 계획을 담은 내부 방침이 드러나 논란을 빚기도 했다.
백성곤 철도노조 홍보팀장은 “이번 강제전출은 인사교류나 인력 불균형 해결이 아니라 민영화 반대 파업 뒤 인사권을 이용해 노조를 압박하는 수단”이라며 “조합원들이 부담감과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이번 인사교류가) 수도권 지역의 인력 불균형 현상이 상당 부분 해소되는 등 업무효율성 제고를 위한 경영상의 목적으로 시행하는 최소한의 조치”라며 “철탑 농성 당사자에 대해서는 추후 시설관리권 침해 및 업무방해로 고소·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종휘 김민경 기자 symbi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