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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별 헤아리던 소년
‘별’ 이 되었다

등록 2014-04-09 20:34수정 2014-04-10 10:24

‘별하늘지기’의 추모그림. /그림=현대웅(43)씨
‘별하늘지기’의 추모그림. /그림=현대웅(43)씨
호흡기장애1급 19살 회원 숨지자
온라인동호회가 성금 모아 전달
“아름다운 별이 되소서” 추모글도
소년은 호흡기장애 1급이었다. 선천적으로 폐가 좋지 않았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찼다. 그래서 소년은 앉아서 볼 수 있는 별을 무척 좋아했다. 별을 좋아하는 사람 3만명이 모인 포털사이트 카페 ‘별하늘지기’에서 그의 별명은 ‘나는 샤를 메시에이다’였다. 프랑스 천문학자 샤를 메시에가 하늘의 성단과 성운을 보고 그 수를 헤아렸듯, 그의 꿈도 별을 보는 것이었다.

그 소년, 김희수(19)군이 8일 새벽 ‘별’이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평온하던 카페가 일렁였다. 별 관측지에서 김군을 만났거나 카페에서 글로 인사를 나눈 회원들의 추모글이 쏟아졌다. 관측지인 인천 강화도 강서중학교나 서울 뚝섬 한강공원으로 김군과 별을 보러 다녔던 정연성(42)씨가 조의금을 모으자고 제안했다. “별 보는 사람들이라면 ‘메시에 목록’에 있는 별을 다 보고 싶어합니다. 몸이 아파 학교도 마치지 못한 김군에게 별은 생에 대한 의지가 아니었을까요.”

단 하루 만에 회원 107명이 475만원의 조의금을 모았다. 김군이 대학에 가면 망원경을 선물하기로 했다는 한 회원은 망원경 값 20만원을 보냈다. 현대웅(43)씨는 김군의 얼굴과 함께 그가 갖고 싶어한 망원경을 그렸다.(사진) ‘아프로’라는 별명의 회원도 김군이 가장 보고 싶어했다는 오리온대성운을 그려줬다.

이른 죽음이라 2일장으로 했다. 이틀 동안 서울 행당동 한양대병원 장례식장에서는 ‘샤를 메시에님과 만나 밤하늘 아름다운 별이 되소서’라고 쓰인 조화가 김군의 곁을 지켰다. 김군은 9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용미리의 수목장지에서 나무 곁에 잠들었다.

지난해 11월 경기도 과천에서 김군과 함께 별을 본 손형준(44)씨는 “차도 없고 망원경도 없던 김군이 별을 보려고 장애인차량을 타고 내 차가 있는 곳까지 왔다. 별 가까이에서 행복하길 바란다”고 했다. 장지를 찾은 정연성씨가 카페에 올라온 추모글과 답글, 그림, 조의금을 가족에게 전했다. 김군의 어머니 김순영(44)씨는 “별을 좋아한 줄은 잘 몰랐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마음을 전해줘 고맙다”고 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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