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여당 정치쇄신안 만든 이상돈 교수
‘기초 무공천’ 여야 함께한 약속
대통령이 선거중에 한 공약을
여당 원내대표가 버려도 되는지…
‘기초 무공천’ 여야 함께한 약속
대통령이 선거중에 한 공약을
여당 원내대표가 버려도 되는지…
“지방선거가 난장판이 될 것이다. 불을 보듯 뻔하다. 한쪽은 공천을 하고, 다른 한쪽은 공천을 하지 않고 선거를 치른다는 게 말이 되는가. 정치권이 민의를 왜곡하는 일을 저지르고 있다.”
이상돈(사진) 중앙대 명예교수는 6·4 지방선거를 불과 두 달여 앞두고 여야가 기초자치단체의 정당공천 폐지 문제를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1983년부터 중앙대 법대 교수로 재직해온 이 교수는 지난 대선 직후 교수직에서 물러난 뒤,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을 지내면서 정치쇄신 공약을 만드는 데 참여했다.
이 교수는 30일 <한겨레>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기초단체 정당공천 폐지’는 여야가 함께 추진하기로 한 사항이라며, 어느 한쪽만 공천을 폐지한 채 선거를 치르는 것은 ‘우리나라 정치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기초단체 무공천’을 내걸면서 새누리당 내부적으로도 따라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 (대선 공약으로) 받아들였다”면서도 “(지금 와서) 어느 한쪽만 공천을 폐지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대선 공약을 새누리당이 손바닥 뒤집듯 철회한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통령이 선거 중에 내놓은 공약을 당 대표도 아닌 원내대표와 부대표 선에서 그렇게 버려도 되는지 의심스럽다”며 “공약을 일부라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교수는 또 새정치민주연합이 협의 없이 기초단체 무공천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초단체 정당공천 폐지는 양당이 함께 추진해야 효과가 있는데, 새정치연합이 새누리당과 무관하게 왜 무리하게 무공천을 진행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렇게 될 경우 선거는 큰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런 혼란을 막기 위한 여야 협의를 촉구했다. 그는 “새정치연합은 여당에 무공천을 일방적으로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협상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새누리당도 협상에 응해 여당으로서 지방선거의 혼란을 최소화하려는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해법으로는 제한적인 공천 폐지 도입을 제안했다. 인구 10만명 미만의 군 단위에서 먼저 정당 공천을 없애보자는 것이다. 그는 “소규모 시·군·구는 ‘정당공천=당선’이라는 인식이 만연하고, 지역 국회의원들이 기초단체장·의원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문제가 있어 공천 폐지가 의미가 있지만, 그 이상의 인구 지역은 그럴 우려가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에 공천 폐지가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정당구조가 취약해질 우려가 있다는 점도 제한적 도입의 필요성으로 꼽았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무소속 출마자는 당적을 가질 수 없도록 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기존 새정치연합 소속의 인사가 기초선거에 나서려면 탈당을 해야 한다. 그는 “군 단위나 인구 10만명 이하의 지역에서는 공천을 폐지하더라도 무소속 출마자가 당적을 가질 수 있도록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KFC #3] 공천폐지와 ‘안철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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