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 대회’ 참석률 수년째 낮자 교통비 10배 인상
지각 참가자에 2만원, 중간에 나가면 지급 않기로
“학내 민주주의 훼손” vs “일하고 받는 돈 괜찮다”
지각 참가자에 2만원, 중간에 나가면 지급 않기로
“학내 민주주의 훼손” vs “일하고 받는 돈 괜찮다”
“회의 참석자를 화장실도 못 가게 붙잡아야 하는데, 그걸 제대로 된 회의라고 할 수 있나요?”
서울대 학생 대표들이 참석하는 ‘전체 학생 대표자 회의(전학 대회)’는 수년째 참가자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총학생회장, 단과대학·과·학부·동아리 회장 등 학생 대표들이 모두 모이는 전학 대회는 학생 전체를 참여 대상으로 하는 ‘전체 학생 총회’ 다음으로 권위를 지닌 학생 의결기구다. 학생 대표들은 ‘대의원’으로 불리는데, 총학생회칙 규정상 재적 대의원의 절반 이상이 참여해야 회의를 시작할 수 있다. 회의 시작 뒤에도 인원이 부족해지면 회의는 중단된다.
전학 대회는 저녁 7시부터 다음날 새벽 3~4시까지 이어지는 ‘무박 2일’ 회의가 되기 일쑤다. 참석률 저조로 회의 성사 자체가 힘든 탓이 크다. 서울대 전 총학생회장인 김형래(25·산림과학부)씨는 “최근 몇년 동안 참석자들을 모으느라 밤 9~10시에 시작했다. 정족수를 늘 간신히 넘겼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번 학기 전학 대회를 준비한 서울대 연석회의(총학생회 대행)에서는 회의에 제 시간에 참여해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대의원들에게 ‘거마비’(교통비)를 최고 5만원 주기로 결정하고, 이를 반영한 예산안을 짰다. 지각한 참가자에게는 2만원을, 중간에 나가면 지급하지 않도록 했다. 기존에도 교통비 5000원이 있었지만, 참여 시간 등에 맞춰 ‘인센티브’ 성격으로 바꿔 금액을 최고 10배 올린 것이다. 이 예산안은 지난 12일 열린 전학 대회에서 격론을 거쳐 통과됐다. 이에 따라 연석회의에서는 회의에 제 시간에 참여한 대의원 80명에게 5만원씩 모두 400만원을 주기로 했다.
이 같은 결정을 놓고 일각에서는 곧바로 “학내 민주주의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서울대 연석회의 정책국장인 정주회(22·서양사학과)씨는 “금액 인상 근거가 불분명하고 논의가 부족했다”며 거마비 책정에 반대하고 사표를 냈다.
서울대 학보인 <대학신문>은 사설을 통해 “학생 대표들의 참여를 금전적인 수단을 통해서 유도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서울대 학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는 “국회의원 연금법을 통과시킨 기성 정치인과 다를 바가 무엇이냐”는 댓글도 달렸다. 반대표를 던졌던 일부 학생 대표들은 각자 5만원을 지급받더라도 총학생회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학생 자치조직에 대한 보통 학생들의 ‘무관심’을 반성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학생은 스누라이프에 “‘저는 먹고 살기 바빠요 토익도 봐야 하고 취직도 해야 하고’ 라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일을 좀 대신해 달라고 학생회가 있는 게 아니냐. 대학본부에서 학생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결정하는 데 대해서는 분노하거나 항의하지 않으면서 학생 대표들이 고생하면서 5만원을 받는 데 유독 민감해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적었다. 또 다른 학생도 “‘거마비’라는 생소한 어휘가 안건을 희화화시킨 것 같다. 회의 참가비, 교통비라고 하면 어떤가. 열정 노동을 착취하는 무급 인턴도 비판받는다. 학생 자치기구에서 일하고 돈 받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고 썼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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