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학생들 ‘인권 엠티’ 발표회
‘술 강권 문화’ 제일 큰 문제 꼽아
섹시댄스 강요 등 성폭력 지적도
‘술 강권 문화’ 제일 큰 문제 꼽아
섹시댄스 강요 등 성폭력 지적도
‘엠티(MT)의 메인이 술이 되어선 안 된다. 사람이 먼저다.’
대학문화의 상징인 ‘모꼬지’(엠티)를 즐겁게 보내려면 인권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대학생들은 생각하고 있었다. 20일 서울대에서는 학생들로 구성된 7개 연구팀이 참여한 ‘즐거운 엠티 만들기 연구발표회’가 열렸다. 학생들은 팀별로 지난 한달 동안 교내 설문조사·면접을 통해 학생들의 엠티 경험과 놀이문화 등을 연구했다.
학생 연구팀들은 기존 엠티의 문제점으로 ‘술 강권하는 문화’를 가장 먼저 꼽았다.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내 전화번호를 받고 싶으면 원샷하라”거나, 술을 마시지 않는 학생들을 향해 “뺑끼 친다”고 표현하며 억지로 마시는 분위기를 만드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4팀 학생들은 “친목 도모의 도구일 뿐인 술이 어느 순간 주객이 전도되어 엠티는 ‘마시고 토하고’의 첫 음절을 딴 것이란 우스갯소리까지 있다. 나이·학번이 높은 선배가 주는 술은 무조건 마셔야 한다는 인식을 바꾸고 이런 문화가 대물림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짚었다.
성폭력적 문제 상황도 지적됐다. 학생들은 원치 않는 신체 접촉 외에 성역할을 강제하거나 쉽사리 외모를 평가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고 입을 모았다. “섹시댄스로 자기소개를 하라”고 강제하거나, 억지로 여장을 시키는 경우도 포함됐다. 3팀 학생들은 “성적 문화에의 개방 정도, 성적 불편함에 대한 민감도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며 “자신의 성적 인식·행동이 타인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스스로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연구팀은 엠티문화를 바꿀 작은 실천으로 ‘눈 찌푸리기 운동’을 고안했다. 상대가 나의 불편함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하면서 피해자에게 ‘불편하면 곧바로 강력 항의해야 한다’는 짐을 지우지 말자는 취지다. 주변 친구들은 소극적 지지의 의미로 함께 눈을 찌푸릴 수 있다.
서울대 인권센터는 학생들의 연구 결과를 정리해 학내에 널리 공유할 계획이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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