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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성과급 중심 전환…40대 중반이후 임금 상승곡선 완만해져

등록 2014-03-19 20:53수정 2014-03-19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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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개편 매뉴얼 내용과 전망
40대 중반까진 ‘일본식 직능급’ 인력운용 탄력적…주관적 평가·기계적 보상 우려
40대 중반 이후 ‘유럽식 직무급’ 같은 일엔 같은 급여…산업구조·기술변화 대응 한계
학계서도 뜨거운 논쟁 “고령화 시대 선결 과제” “기업 편향, 효과도 증명안돼”
정부가 19일 발표한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은 올해 상반기 진행되는 일선 사업장의 임단협부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강제력은 낮으나 단협에서 사용자 논리에 힘을 실어줘 노사 분란을 키울 소지가 많다. 노사정의 신뢰 없이 노동자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임금 뇌관’을 건드린 방식이라서다.

정부가 내놓은 방안 가운데 임금 구성 항목 단순화를 두고선 노사 이견이 크지 않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라는 지난해 12월 대법원 판결 덕분에 피할 수가 없게 됐다.

쟁점은 호봉급 중심의 급여체계를 직무급, 직능급으로 바꾸라는 내용이다. 재계는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일부 학계에선 고령화 시대의 지속가능한 고용 등을 명분 삼아 시급한 과제로 꼽아왔다.

■ 40대 중반까지 직능급 직능급은 호봉에 상관없이 기술·지식 등 업무 능력을 등급으로 나눠 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식이다. 일본은 경제성장의 숨은 동력으로 꼽힌 종신형 호봉제 대신 1960년대 후반부터 이를 도입해왔다.

정부는 이날 자동차 제조업체와 은행, 병원 간호사 직군의 임금 모델을 함께 제시했는데, 주로 40대 중반까진 직능급을 적용하라고 권장하고 있다. 노동자 간 경쟁을 유도하고, 인사권을 쥔 사용자가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사용자의 평가가 주관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따른다. 노조 전임자 등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도 있다. 기계적 평가와 보상이 고착화되거나 고위직 노동자의 고임금화가 가능해, 지금의 연공급제와 다른 게 별로 없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직업교육 정도, 지식, 경력, 업무 난이도, 숙련도, 직종, 자격 요건 등 객관적 평가요소를 추리고, 평가요소별 등급·점수표, 그에 따른 직능급 임금표를 노사가 합리적으로 설계하는 게 관건이다.

■ 서구식 직무급 직무급은 직무의 중요도, 난이도, 근무환경 조건 등을 측정하는 직무분석과 이에 대한 직무평가를 거쳐 임금을 결정한다. 동일 직무, 동일 임금이 특징이다. 기본급은 동일하되 성과에 따라 제한된 범위 안에서 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법도 흔하다. 상중하 임금등급(고급전문직 또는 단순노동직 등)을 구분하고, 상중하별 S, A, B, C 평가등급을 둬 임금의 최저·최대 폭을 설정하는 식이다. 독일·미국 등이 대표적이다.

직무를 변경하기 전엔 승급이나 임금에 큰 변화가 없다. 기업은 인건비를 절감하며 장기근속과 고용차별 완화 등을 유도할 수 있지만, 인력 재배치에 어려움이 따른다. 해당 직무에 요구되는 기능, 지식수준, 육체적·정신적 노력의 정도, 과업의 중요도와 책임 수준, 작업환경의 난이도 등 직무평가 기준이 다양하고 이와 관련한 분석을 체계화해야 해 직무평가 비용이 추가된다.

정부는 자동차 제조업체나 은행 사무직의 40대 중반을 넘어선 노동자한테 직무급을 적용하도록 모델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연공에 따라 임금 상승 폭이 커지던 중장년 노동자의 ‘임금 곡선’이 완만하게 바뀐다.

■ 안착할 수 있나 노동계가 반발하고, 일부 학계도 직무급·직능급이 능사가 아니라고 말한다. 청년·중년 때 장시간 노동으로 임금을 지탱해온 이들이 보상을 받을 시점에 직무급 등에 따른 저임금을 감수해야 해서다.

독일처럼 노사정 대타협으로 직무급제가 자리잡은 선진국과 한국의 사정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1월 ‘통상임금 노사 지도 지침’에 이어 최근 민간기업에 불리한 단협 실태를 반영한 임단협 교섭 지침(<한겨레> 6일치 1면)까지 내놓겠다고 나서 노동계의 신뢰가 바닥을 친 상태다. 고용노동부가 기업 편향이라는 비판이 많은 이유다.

미국과의 거리도 좁진 않다. 직무급 도입을 주장하는 유규창 한양대 교수(경영학부)는 ‘한국 기업의 임금체계: 직무급이 대안인가?’라는 보고서에서 “미국은 평가권과 해고 권한이 있는 사용자에 대한 직무 통제 권한을 노조가 강화하는 과정에서 직무급이 형성됐다”며 “직무급처럼 깊은 연구와 논의가 필요한 사안은 너무 성급하게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관련 연구 성과가 부족하다. 과거 포항제철(현재의 포스코), 한국전력, 유공 등에서 직무급 도입을 시도했거나 도입한 뒤 폐기한 선례와 관련한 제대로 된 분석이 없다는 게 학계 설명이다.

직무·직능의 경영성과·고용 개선 효과와 관련한 실증도 부족하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은 “2005~2011년 임금 수준과 승급액 추이를 살펴보면, 임금체계에 관계없이 직급별 임금수준과 승급액이 같은 수준”이라며 “신입사원 초임이 1~2% 높은 것을 제외하면, 호봉급이 직능·직무급보다 임금 수준이나 인건비 부담이 크거나 승급액이 높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는다”며 “그런데도 획일적으로 밀어붙여 결국 노동자 통제를 강화하려는 수단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박화진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은 “임금체계 개편은 더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며 “노사가 매뉴얼을 참고해 자율적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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