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국회에서 통과된 ‘송·변전설비 주변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송주법)이 이 법 공포일인 올 1월 이전 2년 안에 완공된 송전선 주변지역만 보상하기로 하면서 새로운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노원구 월계동 한 아파트 바로 옆에 세워진 송전탑의 모습.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당진/김효실 기자
송전탑 갈등, 환경 불평등 문제다
4부 (하) 또 다른 갈등의 불씨, 송주법
4부 (하) 또 다른 갈등의 불씨, 송주법
당진시 석문면 교로2리 주민들
“밀양보다 심각한 상황” 하소연
신평면에 송전탑 설치 소문
주택 거래 뚝, 땅값도 40% 하락
전자파탓 무인헬기 방제도 못해
“늙어서 농사 못 지으면 땅 담보로
연금 받아 생활하려 했는데 막막”
최근 <한겨레>가 찾아간 신평면 주민들은 송주법에 실망을 넘어 절망을 드러냈다. 신평면 한정리에 사는 최춘호(53)씨는 집과 땅이 예정된 송전선로로부터 30m가량 떨어져 있다. 345㎸ 송전선로 좌우 60m는 송주법에 따라 ‘주택매수 청구 지역’이고, 한전과 협의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축사·농지 등 ‘재산적 보상 지역’은 13m 이내다. 최씨는 송주법에 따라 집(대지 포함 661㎡)은 보상받게 되지만, 5289㎡의 땅은 제외된다. 최씨는 “집을 뺀 나머지 땅은 대책이 없다. 버리는 땅”이라고 한탄했다. “나이가 더 들어서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면 농지를 담보로 연금을 받아 생활해야 하는데, 금융권에서 땅을 안 받아주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예정 선로에서 250m가량 떨어져 보상 범위에서 벗어난 신평면 도성리의 ㅅ연립주택 주민들도 고민이다. 10개동(상가 포함)으로 이뤄진 ㅅ주택에는 고령층을 중심으로 270가구가 모여산다. 주민 이미숙(57)씨는 “이곳이 면내보다 주거비가 훨씬 싸서 빈곤·고령층이 주로 산다. 건강이 걱정되더라도 다른 데로 옮겨갈 수 있는 여력이 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주택과 재산에 대한 보상이 충분치 않을 공산이 큰데다 이미 재산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신평면의 ㄷ공인중개사무소 직원은 “송전탑이 들어선다는 소문이 돈 뒤로 매매 문의 자체가 사라지고, 거래량이 40~50% 줄었다. 땅값도 40% 가까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주택과 재산 외에 송전탑 전자파 피해에 대한 보상은 송주법에서 전혀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과 불만도 크다. 쌀 농사를 위해 임대한 논과 송전탑 사이의 거리가 200m인 안동일(50) 주민대책위 사무국장은 “일하는 동안 전자파에 많이 노출될 텐데 이에 대한 구제책이 법에는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자파 영향으로 무인헬기 항공방제가 어려워질 우려도 크다. 신평면 신당리 이장 김천래(56)씨는 “전파에 예민한 헬기가 장애를 일으켜 떨어질 수 있다. 1대당 2억원짜리에다 한 번 떨어지면 최소 수리비가 700만원인데 어떻게 쓰겠나. 직접 논에 약을 치는 건 노인들에게 무리다. 생산량 감소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충남 당진시 신평면에는 곳곳에 초고압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당진/김효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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