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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두 갈래 송전선 지나는데 또 송전탑…‘송주법 보상’은 안돼

등록 2014-03-12 20:56수정 2014-03-13 11:26

지난해 말 국회에서 통과된 ‘송·변전설비 주변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송주법)이 이 법 공포일인 올 1월 이전 2년 안에 완공된 송전선 주변지역만 보상하기로 하면서 새로운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노원구 월계동 한 아파트 바로 옆에 세워진 송전탑의 모습.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당진/김효실 기자
지난해 말 국회에서 통과된 ‘송·변전설비 주변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송주법)이 이 법 공포일인 올 1월 이전 2년 안에 완공된 송전선 주변지역만 보상하기로 하면서 새로운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노원구 월계동 한 아파트 바로 옆에 세워진 송전탑의 모습.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당진/김효실 기자
송전탑 갈등, 환경 불평등 문제다
4부 (하) 또 다른 갈등의 불씨, 송주법
탁 트인 들녘은 바다를 품고 있었다. 충남 당진 사람들은 이 들판에서 쌀 농사를 짓고 있다. 국내 지자체 중 가장 많은 쌀 생산량이 이들의 자랑이다. 그러나 당진시 신평면 주민들은 2년 전부터 시름에 빠졌다. 그 살진 땅에 이미 500여기의 송전탑이 심어져 있는데도 한국전력공사와 정부는 고압 송전탑을 더 놓겠다고 했다. ‘북당진~신탕정 변전소 간 송전선로 설치 사업’에 따라 신평면 등 일대에 345㎸ 송전탑 40여개가 내년까지 설치된다. 현재 한전은 송전선 경로를 정하고 있다.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꾸려 반대 시위를 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들 역시 경남 밀양에서처럼, ‘송·변전설비 주변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송주법)에 대한 걱정이 컸다.

당진시 석문면 교로2리 주민들
“밀양보다 심각한 상황” 하소연

신평면에 송전탑 설치 소문
주택 거래 뚝, 땅값도 40% 하락
전자파탓 무인헬기 방제도 못해
“늙어서 농사 못 지으면 땅 담보로
연금 받아 생활하려 했는데 막막”

최근 <한겨레>가 찾아간 신평면 주민들은 송주법에 실망을 넘어 절망을 드러냈다. 신평면 한정리에 사는 최춘호(53)씨는 집과 땅이 예정된 송전선로로부터 30m가량 떨어져 있다. 345㎸ 송전선로 좌우 60m는 송주법에 따라 ‘주택매수 청구 지역’이고, 한전과 협의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축사·농지 등 ‘재산적 보상 지역’은 13m 이내다. 최씨는 송주법에 따라 집(대지 포함 661㎡)은 보상받게 되지만, 5289㎡의 땅은 제외된다. 최씨는 “집을 뺀 나머지 땅은 대책이 없다. 버리는 땅”이라고 한탄했다. “나이가 더 들어서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면 농지를 담보로 연금을 받아 생활해야 하는데, 금융권에서 땅을 안 받아주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예정 선로에서 250m가량 떨어져 보상 범위에서 벗어난 신평면 도성리의 ㅅ연립주택 주민들도 고민이다. 10개동(상가 포함)으로 이뤄진 ㅅ주택에는 고령층을 중심으로 270가구가 모여산다. 주민 이미숙(57)씨는 “이곳이 면내보다 주거비가 훨씬 싸서 빈곤·고령층이 주로 산다. 건강이 걱정되더라도 다른 데로 옮겨갈 수 있는 여력이 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주택과 재산에 대한 보상이 충분치 않을 공산이 큰데다 이미 재산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신평면의 ㄷ공인중개사무소 직원은 “송전탑이 들어선다는 소문이 돈 뒤로 매매 문의 자체가 사라지고, 거래량이 40~50% 줄었다. 땅값도 40% 가까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주택과 재산 외에 송전탑 전자파 피해에 대한 보상은 송주법에서 전혀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과 불만도 크다. 쌀 농사를 위해 임대한 논과 송전탑 사이의 거리가 200m인 안동일(50) 주민대책위 사무국장은 “일하는 동안 전자파에 많이 노출될 텐데 이에 대한 구제책이 법에는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자파 영향으로 무인헬기 항공방제가 어려워질 우려도 크다. 신평면 신당리 이장 김천래(56)씨는 “전파에 예민한 헬기가 장애를 일으켜 떨어질 수 있다. 1대당 2억원짜리에다 한 번 떨어지면 최소 수리비가 700만원인데 어떻게 쓰겠나. 직접 논에 약을 치는 건 노인들에게 무리다. 생산량 감소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충남 당진시 신평면에는 곳곳에 초고압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당진/김효실 기자
충남 당진시 신평면에는 곳곳에 초고압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당진/김효실 기자

송전탑이 끼칠 유·무형의 피해에 대한 불안은, 지역 주민들의 경험에서 비롯한다. 지난해 ‘전국 송전탑 반대 네트워크’는 전국의 기존 송전선로 건설지역 답사를 바탕으로 주민 재산·건강 피해 증언을 공개했다. 자료집을 보면, 주민들은 송전탑 건설 이후 소·돼지 등 가축이 유산을 하거나 기형으로 태어나고, 곡식 수확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진술했다. 땅 매매가 끊기고 금융기관에서도 땅을 담보로 인정하지 않는다. 한 지역의 농협조합장은 “765㎸ 송전선로 인근 300m까지는 땅을 담보로 대출해주지 않는다. ‘재산상의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충남 당진시 석문면 교로2리와 팔봉면, 전남 여수 봉두마을 등 암 환자가 많은 송전탑 지역(<한겨레> 2013년 10월15일치 1·8면 참조)의 소식은 다른 지역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게다가 송주법 공포일(2014년 1월29일) 2년 이전에 송전탑이 들어선 곳과 154㎸ 송전선 지역은 법 적용에서 제외되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소외감과 불만도 커지고 있다. 석문면 이장단의 임관택(55) 전 협의회장은 “재원 문제가 있으면 연차적으로 지원하는 방법 등이 있을 텐데 정부가 무능력·무책임한 것 같다. 송주법 제정 취지와 어긋난다”고 말했다. 석문면 교로2리에서 3㎞ 떨어진 당진화력발전소는 8기의 발전소를 가동하고 있고, 여기에서 시작한 765㎸·154㎸의 두 갈래 송전선은 브이(V)자로 이 마을을 지난다.

교로2리 마을회관을 기준으로 보면 765㎸ 선로까지의 거리는 약 300m, 154㎸ 선로까지는 약 400m다. 그러나 거리 기준을 떠나서 765㎸는 1999년 들어선 탓에 송주법 적용이 안되고, 154㎸는 아예 보상 규정이 없다. 게다가 내년까지 345㎸ 송전선마저 들어서게 된다. 임관택 이장은 “우리 마을은 밀양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다. 송전탑을 추가로 세운다는 건 사실상 주민들은 다 죽으라는 이야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당진에서는 기존 송전선로 지역 주민들과 새로 송전선이 들어설 지역 주민들이 힘을 합치기로 했다. 지난달 24일 각 주민대책위들의 주도로 ‘당진시 송전선로 범시민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위원회에는 당진 지역의 시민·사회·환경·여성·농업인단체 110여개도 참여한다. 이들이 이달 4일 당진시청 대강당에서 주최한 범시민대회에는 500여명이 참여했다. 당진환경운동연합 유종준 사무국장은 “이미 당진시에는 송전탑 521기가 있어 전국 2위다. 그런데도 국가의 송배전계획을 보면 2027년까지 수백개가 더 들어서게 된다”고 말했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충남에는 평야지대가 많아 송전선로가 논밭과 마을 바로 곁을 지날 수밖에 없어 건강·재산 피해가 크게 우려된다. 또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대부분 수도권 등 다른 지역으로 보낸다. 주민들이 환경정의에 어긋난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진/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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