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노동부가 초법적인, 그것도 노동법을 무시하는 발상을 하면 되겠어요?”
“노동부는 자존심도 없습니까? 자기들 전문성까지 그리 팽개쳐도 되는 거예요?”
노동 운동가들이 핏대를 세웠다. 5일 고용노동부가 민간기업의 임단협 가운데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는 조항을 개선하겠다는 방침(<한겨레> 6일치 1면)을 내놓은 데 따른 성토였다.
이들은 ‘고용노동부’라 이르지 않는다. 그냥 ‘노동부’라 부른다. 지난 1년 동안 민주노총 강제난입 사건 등으로 노동단체와의 관계는 결딴났어도, 노동자들이 비빌 곳은 이 부처뿐이라 노동관계법의 수호자, 아니 마지막 대변자라도 되어주길 여전히 기대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이 바람조차 배반당하는 일들이 잦다는 게 노동계 시각이다. 노동권이 투자·경제 활성화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이를 진두지휘하는 기획재정부가 노동법을 능멸해도 노동부는 ‘기재부 2중대’인 양 지켜보거나 되레 용춤을 춘다는 얘기다.
현행법상 민간 기업의 임단협을 통제할 권한은 정부에게 없다. 노사의 자주적·자율적 합의가 법으로 보장받고, 정부는 이를 위해 “조력”할 의무만 진다. 노동 전문 관료들이 모를 리 없다. ‘법적 근거가 있냐’고 묻자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기재부 쪽에서 표현을 좀 세게 한 것 같다. 우린 임단협의 방향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6일엔 해명자료를 내어 “노사 자율교섭권을 침해하는 조처라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엔 정부가 55살 이상의 파견업무를 전면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돌연 발표했다. 이 역시 기재부가 주도한 투자 활성화 대책의 일부였다. ‘상시지속적 업무의 정규직화’라는 박 대통령의 공약은 물론 연령 차별을 금지하는 현행법과도 충돌하지만 노동부는 제어하지 못하거나 안했다. 취재차 물으면 혀만 찬다. “당초엔 포함 안되려던 것인데 기재부가 강하게 밀어붙여 들어갔다. 경제 부처는 고용 규제는 최대한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와 많이 다르다”는 뒷얘기를 더했다.
지난 1년 노동계는 고용노동부 정책을 놓고 기대에서 시작해 당황과 반대, 분노를 오갔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들은 ‘노동부’라 부른다.
“노동부 직원들은 경제 부처 직원이 아니다” “노동부는 노동자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는 참여정부 시절 권기홍 노동부 장관의 뻔한 취·퇴임사를 아직 기억해서인지도 모른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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