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인권단체‘아수나로’가 만든 포스터.
“자유로운 머리” “개성있는 복장”
학생인권조례 후퇴 ‘풍자 포스터’
아수나로, 학교·번화가 등에 붙여
학생인권조례 후퇴 ‘풍자 포스터’
아수나로, 학교·번화가 등에 붙여
“학생은 학생답게 □ 합시다.” 빈 칸에 적당한 말은 뭘까? 어른들은 ‘공부를’이나 ‘용모를 단정하게’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청소년들의 생각은 다르다. ‘자유로운 머리를’, ‘개성있는 복장을’, ‘체벌 폭력을 거부’ 등이 맞춤하다고 여긴다. 최근 한 청소년 인권단체는 이런 내용을 담아 포스터(사진)를 만들었다. ‘학생은 학생다울 때 가장 아름답습니다’라는 제목의 포스터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는 1일부터 서울 시내 중·고등학교와 번화가 등지에 이 포스터를 붙이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무엇보다 새 학기 초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군기를 잡는다’며 교문 지도를 엄격히 하고 있는 때다.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이 단체의 페이스북에서 포스터를 내려받아 원하는 곳에 붙일 수 있다. 캠페인을 기획한 아수나로 활동가 따이루(필명·21)씨는 “‘학생은 학생다워야 한다’며 학생들의 인권침해를 정당화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학생답다’는 의미에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울학생인권조례의 ‘후퇴’ 움직임을 풍자하려는 뜻도 담겨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말 학생인권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이달 초 시의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학생인권조례의 상징이었던 두발 자유 조항을 없애고 “학칙으로 복장·두발 등 용모에 관한 사항을 정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들의 소지품 검사도 허용했고,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에 따른 차별금지 항목은 지워버렸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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