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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가림막 없고 오른쪽에 탁자
장애인용 새 투표대도 여전히 불편

등록 2014-03-02 20:54수정 2014-03-04 15:28

최중증인 경우 혼자 하기 어려워
장애인들 “중단”…선관위 “대책 검토”
지체장애 1급인 박김영희(51)씨는 최근 기대감에 부풀었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신형 ‘장애인용 기표대’(사진)를 제작하겠다고 발표해서다. 기존 장애인 기표대는 비장애인 기표대보다 10㎝가량 넓어 전동 휠체어가 간신히 들어갈 수 있었지만, 크기가 더 큰 전동 스쿠터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은 안으로 진입할 수 없었다. 전동 휠체어를 타는 그는 새로운 기표대가 장애인을 더 배려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선관위를 통해 신형 기표대의 디자인을 확인한 뒤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신형 기표대는 가림막이 제거됐고 휠체어나 스쿠터가 드나들 수 있도록 정면 아랫부분이 개방형으로 바뀌어 있었다. 기표를 위한 선반은 오른쪽에 설치됐다. 휠체어에 앉은 상태에서 투표를 하기 위해선 상체를 오른쪽으로 틀어야 한다. 더구나 박김씨처럼 왼손을 쓰는 장애인들은 상체를 완전히 비틀어야 한다. 가림막이 없어져 ‘비밀투표’가 어려워진 부분도 부담스러웠다. 그는 “비교적 상체를 자유롭게 쓸 수 있거나, 의자 회전이 가능한 전동 스쿠터를 사용하는 장애인만 생각하니 이런 디자인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소아마비를 앓는 박순천(41)씨도 “휠체어를 왼손이나 입으로 운전하는 사람도 있다. 그것을 무시한 채 기표용 선반을 무조건 오른쪽에 설치하고 각자 알아서 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장애인단체도 신형 기표대에 우려섞인 시선을 거두지 못한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지난달 28일 중앙선관위 앞에서 기표대 제작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호동(28) 활동가는 “참정권은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기에 최중증 장애인도 혼자 투표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나누기보다는 폭을 넓히고 높낮이를 단계적으로 설치한 ‘공용 기표소’를 도입하는 방안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안내 도우미를 통해 투표를 돕거나 무릎 위에서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불편함이 없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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