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5대 선결조건 제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국회가 구성한 ‘노사정 사회적 논의 촉진을 위한 소위원회’(노사정 소위)에 불참키로 했다. 정부와 국회를 비롯해 양대 노총, 재계 단체가 모여 통상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교사·공무원노조 관련 노조법 개정 등 산적한 노동 현안의 입법적 해결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14일 출범한 노사정 소위가 출발부터 반쪽짜리로 굴러가게 됐다.
민주노총은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현재의 소위 명칭과 운영방식을 유지할 경우 참여할 수 없다”며 5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소위 명칭을 ‘주요 노동관계법 제·개정을 위한 소위’ 등으로 바꿀 것 △미합의 쟁점을 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로 넘기지 말 것 △논의의 효력을 담보하기 위해 전원합의 의결제를 도입할 것 △우선 논의 의제를 미리 선정할 것 △소위가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대법원에 판결 연기를 요청키로 한 것을 철회할 것 등이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오전 7시30분 국회에서 열린 노사정 소위에 처음으로 참석해 이런 의견을 전달했다.
민주노총이 가장 우려하는 건 노사정 소위의 모든 안건이 대통령 자문기구인 노사정위에 이관되고, 향후 노동계에 불리한 결정조차 ‘노사정 합의’로 포장될 가능성이다.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합의될 만한 사안이 거의 없는데 결국 노사정 소위는 그 상태로 노사정위로 끌고가는 브리지(다리)일 뿐”이라며 “참여하면 전교조·공무원노조법 개정 정도의 실리가 가능한데, 차라리 불참이 (민주노총의) 미래를 위해 낫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1999년 노사정위를 탈퇴했으며, 한국노총도 지난해 말 정부의 민주노총 강제진입 사건 이후 참여하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의 ‘원칙주의’에 대한 바깥의 평가는 갈린다. 국회 환경노동위 신계륜 위원장(민주당) 쪽은 “전제조건에 대해 공식 회의는 물론 막후에서도 논의할 것”이라며 “직접 와서 입장을 전달한 것만도 진일보로 무조건 거부는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노동 전문가는 “양 노총이 국회 논의기구를 요구하기도 한 상태에서 민주노총의 지나치게 원칙적인 접근은 부정적”이라며 “노동계 민의를 의회에 전달할 수단조차 배제하면 대중적 투쟁 말곤 대안이 없는데 그 역량조차 부족한 상태 아니냐”고 말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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