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오른쪽)과 김동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노총회관에서 열린 공공기관노조 대표자 회의에서 함께 손을 맞잡고 들어올려 인사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민주노총, 통상임금 대응지침 발표
사용자 ‘꼼수’ 막으려면 취업규칙 하위 규정도 확인
‘근무일수 규정한 수당지급’ 조항도 넣으면 안돼
10인미만 사업장 노동자, 근로계약서 변경때 유의를
사용자 ‘꼼수’ 막으려면 취업규칙 하위 규정도 확인
‘근무일수 규정한 수당지급’ 조항도 넣으면 안돼
10인미만 사업장 노동자, 근로계약서 변경때 유의를
많은 사업장의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임금·단체협약 협상에 나선다. 주요 변수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지난해 12월 대법원 판결이다. 하지만 과거에 통상임금으로 인정되기도 했던 ‘재직자에게만 주는 금품’이 통상임금에서 일괄 제외되면서 일선의 혼란은 더 커졌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27일 소속 조합원은 물론 무노조 사업장 노동자들을 위해 마련한 ‘통상임금 대응지침’을 중앙집행위원회에서 확정했다. 사용자와 달리 관련 정보와 대응능력이 부족한 노동자들에게 향후 쟁점과 대응요령을 안내하기 위함이다. 이를 토대로 통상임금 임단협 대응요령을 살펴본다.
Q: 회사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취업규칙만 유의해서 보면 되나?
A: 노동계는 사용자가 ‘재직자 지급 기준’을 교묘하게 취업규칙 등에 집어넣을 가능성을 가장 우려한다. 지금까진 단협이나 취업규칙에 특정 명목의 임금을 지급 시점의 재직자에게만 줄지, 퇴직자에게는 퇴직 이전일까지 해당 임금을 근무일수로 나눠 계산(일할)해 지급할지 등을 명시하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금품은 정기·일률·고정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통상임금에 대한 판단이 제각기 갈려왔다. 하지만 앞으로 재직자에게만 주기로 한 금품은 통상임금이 아니다. 이에 사용자는 취업규칙과 단협을 개정할 때 이런 방향으로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회사가 꾀할 수 있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가 유력하다. 우선 취업규칙에 바로 “상여금은 지급일 이전에 퇴직한 자, 지급일 현재 휴직·정직 중인 자에게는 지급하지 않는다”는 ‘재직자 지급’ 조항을 새로 추가하는 식이다. 취업규칙 맨 아래에 별도 조항을 신설하거나, 아예 별도의 하위 문서에 유사한 조항을 삽입하는 수도 있다.
노동법은 취업규칙 변경 때 과반수 노동자의 의견을 듣고, 기존 임금조건보다 불리한 변경은 반드시 동의를 구하도록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아예 별도의 하위 문서는 노동자에게 제시되지 않거나, 받더라도 노동자가 간과하기 쉽다. 따라서 문서 명칭상 ‘취업규칙’은 물론, 보수규정이나 보수규정 시행세칙 같은 이름의 대목과 문서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이 모두가 취업규칙이다.
Q: 임금 협상에서 꼼꼼히 챙겨봐야 할 수당의 조건은 무엇인가?
A: 앞서 설명한 재직자 기준 외에 ‘일정의 근로일을 지급 조건으로 삼는 금품’의 경우도 사용자가 통상임금에서 제외할 여지가 크다. 예를 들어, 15일 또는 20일 이상 만근하는 노동자에게만 지급하기로 한 수당은 통상임금에서 빠지게 된다. 기존 취업규칙에서 단순히 “회사는 매달 6만원의 문화생활비를 지급한다”고 규정된 수당은 기존 판결에선 통상임금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사용자가 앞으로 “단, 문화생활비는 15일 이상 출근한 자에 한해 지급한다”고 하면 어떤 경우에도 통상임금이 될 수 없다. 이 또한 취업규칙상 해당 조항 변경, 별도 조항 신설, 하위 문서를 통한 조항 신설이라는 세가지 방식으로 가능하다. 과거 통상임금으로 간주되던 수당이었다면 아예 기본급에 포함하거나, “○○수당은 일할 계산해 지급한다”고 규정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Q: 회사가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금품을 기본급화하자고 하면 좋은 제안 아닌가?
A: 복잡한 임금체계를 단순화하는 취지는 맞다. 다만 기본급화를 하되 3분의 1을 깎자고 하는 회사들이 실제로 있다. 이들은 매달 지급해온 특정 수당의 연간 지급 총액을 “12가 아닌 18로 나누어 매월 기본급에 산입하자”는 어려운 말을 쓴다. 이는 기본급화 뒤에도 회사가 지출하는 연장근로수당의 액수를 이전과 똑같이 유지하려는 꼼수다.
즉, 기본급화된 해당 수당은 자연히 통상임금에 포함되는데, 연장근로수당은 통상임금 시급의 1.5배를 줘야 하니 미리 그 가치를 3분의 2로 깎음으로써 1.5배 할증 뒤에도 연장근로에 대한 시간당 가치는 기본급화 이전과 같게 되는 것이다. 노동자에게 연장근로를 시키더라도 임금 지출은 묶어두기 위한 마법의 숫자가 18인 셈이다.
따라서 통상임금 성격이 분명한 것은 미뤄두고 통상임금 성격이 애매한 금품을 우선 기본급화하라는 게 민주노총의 조언이다.
Q: 노조도 없는 9명 사업장의 노동자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A: 10명 미만 사업장은 근로계약서만 있고, 노조가 없는 10명 이상 사업장은 근로계약서와 취업규칙이 있다. 노조가 있을 경우 단체협약이 추가로 존재한다. 즉, 취업규칙도 없는 사업장 노동자의 경우 고민이 크다. 근로계약서가 당연히 중요하다. 법적으로는 노동조건·임금·소정근로시간·유급휴일 등의 사항이 근로계약서에 명시돼야 하고, 노동자는 이를 문서로 받게 되어 있다. 사용자가 근로계약 내용을 불리하게 바꾸려 할 때 동의를 거부할 수 있다. 그 외엔 달리 방법이 없다. 일단 새 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 효력이 발생하니 유의해야 한다. 나중에 내용을 몰랐다거나, 사용자가 서명을 강요했다거나 하는 주장은 인정되기 어렵다. 때문에 근로계약서 변경 과정에서 불리한 임금조건이 추가된 것인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법률원에 문의하는 것도 유용하겠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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