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 1주년인 25일 오후 ‘2·25 국민파업대회’ 참가자들이 서울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국민파업위원회는 서울 등 전국 12곳에서 동시에 열린 이번 대회에서 총체적 대선개입 진상 규명 및 특검 도입, 공안탄압 중단 및 민주주의 수호, 철도·가스 민영화 저지와 공공의료 강화 등 50여개 요구사항을 이행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노동자·시민 등 12곳서 국민파업
철도노조 1일파업하며 교섭 요구
시민단체, 기자회견·실정보고대회
“일할수록 뺏기고 인권상황 절망
경제민주화·복지공약 후퇴” 비판
경찰 최루액 쏘며 시위대와 몸싸움
철도노조 1일파업하며 교섭 요구
시민단체, 기자회견·실정보고대회
“일할수록 뺏기고 인권상황 절망
경제민주화·복지공약 후퇴” 비판
경찰 최루액 쏘며 시위대와 몸싸움
“10년 같은 1년이었다. 더 이상은 못 참겠다. 박근혜 하야하라!”
박근혜 대통령 취임 1년을 맞은 25일 오후 서울광장에 모인 4만여명(주최 쪽 추산, 경찰 추산 1만3000명)이 구호를 외쳤다. ‘2·25 국민파업 대회’에 참석한 노동자들과 시민들이었다. 이들은 ‘박근혜 아웃(OUT), 이대로는 못 살겠다’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박근혜는 퇴진하라”고 소리쳤다.
신승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박근혜 정부 1년은 공약 파기, 민생 파탄, 민주주의 파괴로 점철된 나날이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박 대통령은 집권 1년도 안 되어 서민들을 내팽개친 채 기업들을 위한 규제완화를 강조하고, 각종 공약은 사과 한마디 없이 조용히 폐기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하루 ‘시한부 경고 파업’에 들어간 전국철도노조 조합원 5000여명(경찰 추산 3000명)은 서울광장에서 ‘철도노동자 5차 상경 총력 결의대회’를 열었다. 구속 34일 만인 지난 20일 보석으로 석방된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은 “동지들과 끝까지 모든 투쟁에 함께하겠다”고 외쳤고, 조합원들은 박수와 함성으로 화답했다.
서울·부산·광주·울산 등 전국 12곳에서 동시에 열린 국민파업 집회 참여 인원을 민주노총은 10만여명이라고 밝혔다. 부분파업을 포함해 이날 하루 파업을 벌인 사업장은 867곳으로 집계됐다.
서울광장 집회를 마친 조합원과 시민들이 오후 5시45분께 을지로 방면으로 행진을 시작하자, 경찰은 10여대의 차량을 이용해 왕복 7차선 도로를 봉쇄했고 인도를 통한 행진도 방패로 가로막았다. 이날 경찰은 서울 도심에만 185개 중대 1만5000여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특히 을지로 입구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몸싸움을 벌이면서 전태일 열사의 동생인 전태삼(64)씨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서울 남대문경찰서로 연행됐고, 시위대 10여명은 경찰이 쏜 스프레이 최루액을 맞았다.
우회로를 통해 서울 종각역 근처로 진출한 시위대는 오후 6시30분께 대부분 자진 해산했고, 일부 조합원과 시민들은 서울광장으로 돌아가 저녁 7시부터 열린 ‘2·25 국민촛불대회’에 합류했다. 박석운 ‘민중의 힘’ 공동대표는 5000여명(경찰 추산 1000명)이 참여한 촛불집회에서 “이제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고 있다. 아무리 저들이 공안탄압과 정치공작을 하더라도 봄은 오고 있다. 오늘 국민파업을 시작으로 이 무도한 정권을 끝장내자”고 말했다.
이날 오후 4시께 서울 대한문 앞에서는 보수세력을 자처하는 ‘어버이연합’이 집회를 벌이는 가운데 이 단체 회원인 이아무개(79)씨가 쌍용자동차 조합원 문아무개(53)씨를 폭행해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시민사회는 박 대통령의 취임 첫해를 ‘민주주의와 인권 퇴행의 1년’이라고 혹평했다. 참여연대·녹색연합·환경운동연합·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이 참여한 ‘시민단체연석회의’는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기관의 총체적인 대선개입 사건은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공격이었지만, 박근혜 정부는 훼손된 민주주의를 회복시키기 위한 국민들의 요구를 체계적으로 방해했다”고 비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박근혜 정권 1년 실정 보고대회’에서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암울함이 앞선다. 정권 첫해의 인권 상황은 예상보다 훨씬 절망적이다. 어디에도 민주주의와 인권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여성계도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한국여성민우회 등은 이날 성명을 내어 “여성 대통령임을 강조하며 출범한 박근혜 정부 1년 동안 여성들은 불행했다. 상호 배려와 공감, 성숙한 관계를 통해 해결되어야 할 정치적·사회적 갈등들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송호균 방준호 이재욱 기자 uknow@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