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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예술강사’ 일 끊긴 방학기간 알바하다…

등록 2014-02-20 08:13수정 2014-02-20 08:31

연극인·강사 겸업에도 ‘생활고’
이벤트 촬영·대리운전 안가리며 벌이
숨진 순간까지 영상 남겨 자료로
대학동문들 돈모아 차려준 빈소
베트남 출신 부인이 지켜
연극인 최정운씨
연극인 최정운씨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참사로 사망한 이벤트 회사 직원 최정운(43·사진)씨가 생활고로 아르바이트를 하던 연극인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주변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19일 최씨 지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최씨는 부산 경성대 연극영화과(8기)를 졸업한 연극인이었다. 그는 대학 시절 연극부장을 맡으며 연극배우로 활동을 시작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대구의 ‘극단 동성로’ 단원으로 입단해, 대표까지 지냈다. 주변에선 그가 제작에 참여한 대표작으로 <조통면옥>, <분장실>을 꼽았다.

최씨와 함께 연극을 했다는 신도환(45)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그는 열정이 높았다. 창작을 할 때는 다른 사람의 몇 배의 시간을 투자해 치열하게 작업했다. 고인의 작품은 실험적이었고 진중했다”고 말했다.

지인들은 최씨가 어린 학생들에게 연극을 가르치는 일을 기쁨으로 여겼다고 입을 모았다. 최씨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선발한 10년차 전문 예술강사로 2003년부터 초·중·고교 방과후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연극을 가르쳐왔다. 신씨는 “최씨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또다른 재미와 보람을 느낀다며 즐거워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사 일을 할 수 없는 겨울에는 단기 아르바이트를 뛰어야 했다. 예술강사들은 보통 1000만~2000만원 이하의 적은 연봉에 3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 계약직으로 고용된다. 이 때문에 최씨도 일거리가 없는 1~2월엔 연극을 연출하던 경험을 살려 이벤트 회사의 한 하청업체 소속 프리랜서로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결혼식이나 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등 각종 행사를 누볐다. 리조트 체육관이 붕괴되던 사고 당일 최씨가 촬영하던 행사 동영상은 사고 현장을 고스란히 담은 ‘블랙박스’로 남았다. 경찰은 현재 이 영상을 중요한 증거로 보고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최씨의 유족으론 2년 전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베트남 출신 레티키에우오안(25)씨가 있다. 최씨는 필리핀 여행에 갔다가 관광 가이드를 하던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결혼 후 아내가 향수병으로 힘들어하자 어려운 살림이지만 돈을 쪼개 아내를 필리핀으로 보내줬다. 최씨의 아내는 남편이 죽었다는 소식을 뒤늦게 전해 듣고 귀국했다. 최씨의 아내는 빈소를 차릴 비용조차 대기 어려워 최씨의 대학 동문들이 돈을 모아 뒤늦게 빈소를 차렸다.

방송인 안선영씨도 자신의 트위터에 최씨가 자신의 대학 선배라며 “어이없는 경주 마우나리조트 사고로 꽃같은 9명의 청춘과 생활전선에서 열심히 일하던 한 명의 가장이 숨졌다. 학생들과 달리 홀로 이벤트업체 직원이라 보상 대책회의에서도 배제될까 걱정”이라는 글을 남겼다. 그는 이어 “유족들에게 두 번의 상처가 되지 않도록 따뜻한 관심과 합당한 보상 합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씨의 빈소가 차려진 부산좋은강안병원에는 아내와 연극계 동료들, 어린 제자들이 그의 마지막 길을 지키고 있다. 경주/방준호 기자, 김지훈 이정애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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