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또 하나의 약속’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노동자의 실화를 다뤘다. 대기업을 상대로 힘겨운 법정 공방을 벌이는 아버지의 이야기 속에 가족의 진한 사랑을 그린다. 에이트볼 픽쳐스 제공
삼성반도체 전·현직 직원들 ‘감사 인사 릴레이’
“삼성은 많은 노동자들의 힘이 더해져 나온 것”
“삼성은 많은 노동자들의 힘이 더해져 나온 것”
“미안합니다…그리고 감사합니다.”
삼성반도체에서 생산직에 근무하다 백혈병에 걸려 목숨을 잃은 고 황유미씨의 얘기를 담은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을 본 삼성반도체 전·현직 직원들이 하나, 둘씩 입을 열고 감사 인사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의 온라인 까페(http://cafe.daum.net/samsunglabor) 자유게시판에는 지난 17일 “존경스럽습니다. 또한 감사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2002년 7월 유미가 일하던 3라인에 함께 근무하며 유미의 처음과 마지막을 모두 지켜봤다”는 글쓴이는 “영화를 보며 시작 전부터 많이도 울었고, 영화를 본 후 잊고 있던 동기·선후배들에게 ‘건강하냐’ 안부 인사를 했다”며 고 황유미씨와 그의 부모님에게 “죄스럽고 감사드린다”는 말을 남겼다.
그는 이 글에서 “참 힘들게 일했다”며 ‘메일이며 인터넷이며 모두 보안이라 감시당하고 카메라 역시 사용할 수 없었던’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그 시절 3라인에는 같은 근무조, 같은 파트 18~20명 중 2명이 백혈병으로 사망했고 한 명은 뱃속에서 9개월 된 아이를 잃었다”는 것이다. 그 역시도 “알레르기와 피부 질환, 허리 디스크 등으로 휴일이면 물리치료에 시간을 모두 보냈고, 퇴사한 지 5년 정도 된 지금도 엄지손톱엔 중금속의 후유증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그(황유미씨)의 모습을 보며 이직을 결심했고, 2009년 2월 퇴사 후 대학에 진학해 현재는 병원에서 작업치료사로 일하고 있다”는 글쓴이는 “시간이 지나 후회스럽지만 지금이나마 후배들과 선배들의 건강과 앞으로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돕고 싶다”고 말했다. 반올림 까페의 자유게시판에는 이 글 외에도 “25년 전 삼성전자에 입사했던 사람”, “삼성 협력업체에서 일한 노동자”라고 자신을 밝힌 이들이 남긴 감사와 응원 글은 물론, 유족에게 성금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묻는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앞서 영화가 개봉한 지난 6일, 한 누리꾼(닉네임 eunb****)이 ‘전 반도체 여성 직원입니다’란 제목으로 네이버에 올린 영화 리뷰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지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유미양처럼 (2007년 4월) 19살 때부터 지난해 12월31일까지 햇수로 7년 동안 그 반도체 공장(삼성반도체 기흥공장)을 다녔다”는 글쓴이는 영화 속에 묘사된 반도체 공장의 열악한 환경이 사실이었음을 증언하며 “이 영화(를) 만들어 주신 분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마음을 전했다.
그는 “지금까지 쉬어 본 게 7년 동안 휴무 빼고 일주일이 전부”라고 전했다. “명절에 한 번도 집에 내려가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하도 서서 움직이지 않으면서, 어쩔 때는 무거운 걸 들면서 일을 해서 2년 전 다리가 심하게 저려오고 일하다가 종아리 근육이 갑자기 수축되는 현상이 자주 일어나서 병원에 갔더니 디스크였다”는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기도 했다. 특근, 연장근무로 인해 아픈 걸 9개월이나 참다가, 꽃다운 나이에 결국 4, 5번 척추뼈에 인공척추를 박는 수술을 받았지만, 산재 승인을 받기는커녕 “그만 둘 꺼면 말하라”는 소리만 들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글쓴이는 “두달째 쉬고 있는 지금이 천국”이라며 “이제는 한 달에 80만원(을) 벌어도 좋으니 마음이 편한 곳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반도체(에) 근무하고 있다고 밝힌 한 누리꾼(닉네임 han*****)도 네이버 영화 리뷰 코너에 “정확하게 백혈병(에) 걸리는 원인은 모르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삼성반도체 안에서 일하는 건 몸에 그리 좋지만은 않다…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먹고 살기 막막하니 일은 하지만 삼성 쪽에서 각종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확실한 대안과 조치가 있으면 한다”는 글을 남겼다. 그는 “삼성이라는 기업은 이건희 회장 혼자힘으로 된 것이 아니라 많은 노동자들의 힘이 더해졌기에 나온 것을 잊지는 않았으면 한다”며 “백혈병으로 고인이 된 노동자분들에게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2003년 삼성전자 기흥공장에 입사한 뒤 3년여 만에 백혈병으로 숨진 고 황유미씨의 사연을 다룬 (사진)에 대해, 메가박스는 영화 개봉을 하루 앞둔 2월5일 일방적으로 개봉관을 15곳에서 3곳으로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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