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원주교구 사제와 신도들이 시국미사를 열어 지난 대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강원도에서 사제와 신도들이 시국미사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천주교 정의구현 원주교구 사제단(대표 박무학 신부)과 천주교 원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이동훈 신부)는 17일 오후 강원 원주시 우산동성당에서 ‘부정선거 규탄·민주주의 회복’ 시국미사를 열었다. 이날 시국미사에는 350여명이 참석해 복음, 강론, 신자들의 기도, 봉헌성가, 동영상 상영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이동훈 신부는 강론에서 “스포츠 경기에서 부정사실이 드러나면 메달을 박탈하고 실격처리 한다. 부정선거를 통한 대통령 당선은 박탈되어야 하고 실격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박근혜 대통령이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 선수를 언급한 일을 거론하며 “올림픽 금메달을 놓친 것에 이렇게 격분하며, 즉각적으로 대처하는 정치인들이 부정선거로 인해 민주주의의 메달을 놓친 것에는 왜 그리 아무런 관심도 없고, 오히려 감추기에 급급한지 모를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앞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 “지난해 8월 시국선언 형식으로 국정원 불법 정치개입과 경찰청 허위발표 등에 대해 규탄했다. 그 뒤 많은 사람들이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을 기다렸지만 대통령은 모두의 요구를 외면한 채 우리 모두를 참담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국정원 수사를 진행하는 검찰총장의 사생활을 캐는 방식으로 검찰 수사를 방해해 국정조사 자체를 무력화시키고, 최근에는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까지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동안 피땀으로 일궈온 민주주의가 무너져 과거 독재정권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제단은 이어 “‘정의의 결과는 평화가 되고 정의의 성과는 영원히 평온과 신뢰가 되리라’는 성경의 말처럼, 지난 대선 과정의 진실을 낱낱이 밝혀 책임자를 처벌하고 후속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우산동 성당 앞에는 대한민국수호 천주교인모임 등 시국미사를 반대하는 집회가 열려 경찰이 병력 150여명을 배치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지만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원주/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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