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올해 새 기준 적용
기존 ‘경력 기준’ 불만 많아 바꿔
“무능교사로 낙인 찍힐 우려” 비판
일각선 “중등근무 가산점” 제안도
기존 ‘경력 기준’ 불만 많아 바꿔
“무능교사로 낙인 찍힐 우려” 비판
일각선 “중등근무 가산점” 제안도
교사들의 중학교 기피 현상이 심해지고 있지만, 교육 당국이 근본적인 처방보다는 고교 교사들을 ‘점수’로 재단해 중학교로 전보시키는 미봉책을 내놔 교사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12월 고교와 중학교 간 전보를 희망하는 교사들의 신청을 받은 결과를 보면, 올 3월 새 학기에 고교로 전보를 가고 싶다고 신청한 중학교 교사들은 354명이었다. 지난 13일 교육청이 발표한 오는 3월1일자 중등교사 전보 발령에서 고교로 자리를 옮긴 중학교 교사는 31명뿐이었다. 11:1의 경쟁률을 뚫어야만 고교에 ‘입성’할 수 있었다.
‘고교→중학교’ 전보에선 정반대 상황이 벌어졌다. 중학교로 전보를 희망한 고교 교사는 13명뿐이었다. 고교에선 학생 수 감소 등으로 정원이 초과돼 중학교로 가야 하는 교사가 54명이었다. 결국 교육청은 중학교 근무를 희망하지 않은 고교 교사 41명을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중학교로 발령냈다.
중등 교사들이 중학교 근무를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활 지도의 어려움 때문이다. ‘중2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학생들이 중학교 시기에 사춘기를 겪는다. 고교처럼 본격적인 입시경쟁을 시작하는 시기가 아니라 학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향도 강하다. 서울 지역의 한 중학교 교사는 “고등학생들은 입시가 가깝거나 취업을 준비하는 등 목표가 있지만, 중학생들은 그런 의식이 없어 학생 지도가 참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교육청이 오는 3월1일자 중등교사 전보 발령을 내면서 경력 기간과 자격연수·직무연수·학위 취득 실적과 최근 2년간 근무성적을 합산해 ‘점수’가 낮은 고교 교사부터 중학교로 보낸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그동안 서울시교육청은 지원자가 적은 ‘고교→중학교’ 교사 전보 인원수를 채우기 위해 경력 기간만을 가지고 발령을 내왔다. 이화성 교육청 교원정책과 장학관은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경력 기간만으로 중학교 전보를 보내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민원이 많아, 노력해 바꿀 수 있는 연수와 학위 취득을 기준에 포함시켰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고교→중학교’와 ‘중학교→고교’ 기준을 통일하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선 생활 지도가 어려운 중학교일수록 실력이 뛰어나고 열정 있는 교사들을 보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인사에서 중학교로 강제 전보된 한 50대 고교 교사는 “수십년간 가르친 적이 없는 과목을 중학교에 가서 가르친다는 것이 솔직히 말해 사기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김성보 전교조 서울지부 정책실장은 “성적순으로 강제 전보를 시키면 학교 동료나 학생·학부모로부터 무능한 교사라는 낙인이 찍힐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중학교 시기에 학생들은 급격한 변화를 겪기 때문에, 생활 지도를 포함해 전인교육을 시킬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거나, 도전하려는 열정이 있는 교사들이 필요하다. 교육청은 고교 교사들이 중학교로 내려갈 때는 가산점을 주는 것으로 희망자를 이끌어내는 방안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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