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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환경평가는 국가보안”…횡성선 뒤늦게 위반 드러나 공사중단

등록 2014-02-10 21:08수정 2014-02-10 22:19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지난해 3월 착공한 강원도 횡성군 횡성읍·둔내면·우천면·갑천면 일대 ‘둔내~횡성 154㎸ 송전선로 건설사업’ 공사 현장. 지난해 9월 원주지방환경청 관계자들이 사후 관리차 현장에 방문했다가 한전이 환경부와 협의한 ‘사전 환경성 검토서’ 내용을 지키지 않는 것을 적발한 장면이다. 원주지방환경청 제공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지난해 3월 착공한 강원도 횡성군 횡성읍·둔내면·우천면·갑천면 일대 ‘둔내~횡성 154㎸ 송전선로 건설사업’ 공사 현장. 지난해 9월 원주지방환경청 관계자들이 사후 관리차 현장에 방문했다가 한전이 환경부와 협의한 ‘사전 환경성 검토서’ 내용을 지키지 않는 것을 적발한 장면이다. 원주지방환경청 제공
협의사항 지키지 않고 진행
멸종위기종 보호의무도 소홀
불법 확인뒤 보완방안 협의중

환경평가 법절차 따른다 해도
주민의사 반영 체계 미흡
“소수만 설명회서 평가서 봐”

밀양 주민들 “불법 공사” 비판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 내기로
경남 밀양의 765㎸(킬로볼트) 초고압 송전탑 공사가 지난 2007년 환경영향평가 내용에 비해 두 배 이상 공사면적이 늘어나고 무단으로 헬기를 운용하는 등 총체적 불법공사라는 <한겨레> 보도(10일치 1·9면)와 관련해 밀양 주민들이 18일 송전탑 공사 중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내기로 했다.

‘밀양 765㎸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는 10일 긴급 성명을 내어 “지금까지 한국전력공사(한전)가 벌인 공사가 불법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한전의 공사는 합법이지만, 당신들의 행위는 불법’이라는 경찰과 한전, 공무원들의 거듭된 주장에 주민들은 거의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다. 천인공노할 도둑질을 공무원들끼리 합작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환경영향평가법 위반 사실이 밝혀져 ‘불법 공사’가 중단된 사례가 있다. 강원도 횡성군 일대의 154㎸ 송전탑 공사 현장이다. 한전은 2012년 정부의 사업 승인을 받아 둔내변전소와 횡성변전소를 잇는 송전선로 18.5㎞ 공사를 지난해 3월 시작했다. 멸종위기 곤충 보호·연구활동 등을 벌여온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를 운영하는 이강운 안동대 겸임교수(식물의학)는 공사 시작 때부터 한전을 상대로 환경영향평가서 등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가보안 사항”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횡성군과 원주지방환경청도 찾아다녔지만, 그 사이에 나무는 베이고 땅은 파헤쳐졌다.

원주환경청은 지난해 9월 공사현장을 찾았다가 한전이 나무 절단면과 산등성이 등을 덮는 덮개나 배수로 등을 설치하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환경변화에 민감한 멸종위기종 동식물에 대한 고려도 없었다. 환경부와의 협의 사항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원주환경청은 곧바로 산업통상자원부에 “협의내용을 이행하고, 멸종위기종 조사를 하라”고 요청했다. 이강운 교수는 “횡성군의 한 관계자는 ‘송전탑 사업이라 당연히 정부 허가를 다 거친 줄 알았다’고 변명했다. 사전 환경성 검토 작업에 참여한 전문가들도 본인들의 자문이 검토서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확인할 절차도 없었다”고 말했다.

공사진입로·자재적치장 등 9만8000㎡ 부지는 별도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인데도, 이를 건너뛴 사실도 드러났다. 처음부터 시작할 수 없는 공사였던 것이다. 한전이 정부에서 사업 승인을 받을 때 신고한 송전선로 16.6㎞를 2㎞가량 늘리면서, 송전탑 갯수도 49기에서 54기로 불법적으로 늘려 지은 사실도 밝혀졌다. 이렇게 하려면 승인 기관인 산자부에 알리고 환경부와 변경협의를 해야 하지만, 한전은 이를 무시했다. 한전은 원주환경청의 추가 요청 사항도 지키지 않고 공사를 강행했다.

결국 원주환경청은 지난해 12월13일 산자부에 공사 중지 명령을 요청했다. 조환익 한전 사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기도 했다. 산자부는 12월19일 한전에 공사 중지 명령을 통보했고, 한전은 12월26일 공사를 중단했다. 이미 송전철탑이 모두 만들어지고 송전선도 놓인 뒤였다. 공정률은 80%였다. 한전 쪽은 2013년 말로 정해둔 공기를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며 불법을 인정했다. 환경청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절차를 밟았으면 올해 3월에야 공사를 시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무리하게 사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전문가들과 멸종위기종 보존 방안을 협의 중인 한전은 곧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해 산자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산자부가 이를 바탕으로 환경부와 협의를 거쳐 한전의 공사 재개 요청을 승인하면 공사를 다시 시작할 법적 요건을 갖추게 된다.

지역의 시민단체와 환경운동가들은 이 과정에서 한전이 멸종위기종 보호를 위한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횡성환경운동연합 김효영 사무국장은 “전력수급계획과 장기 송배전계획상 앞으로 강원도 백두대간에 송전탑이 무수히 꽂힐 가능성이 크다. 횡성 사례는 향후 다른 지역에서 벌어질 문제를 예방하는 차원에서도 제대로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 절차를 모두 따른다 해도 갈등이 해소되긴 어려워 보인다. 현재의 환경영향평가 제도가 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한 민주적 절차를 충분히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송전선이 지나는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옥원1리가 이런 문제를 보여준다. 이곳은 이미 345㎸ 송전선로가 마을 한복판을 지나고 있고, 추가로 154㎸ 송전탑 건설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 마을의 송전탑 반대 주민대책위원회 김도형(49) 위원장은 최근 <한겨레>와 만나 “환경영향평가를 했다는 사실도 몰랐다”고 말했다.

2012년 8월 환경영향평가서가 나온 뒤 한전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지역신문과 일간지에 평가서 열람을 위한 주민 설명회 광고를 냈다. 하지만 노년층이 대부분인 주민들은 그 사실을 몰랐다. 한 주민은 “시골에서 누가 ○○일보를 보겠느냐”며 분통을 떠뜨렸다.

한전 내부 자료를 보면, 당시 설명회에는 주민 54명이 참석했다. 옥원리만이 아니라 9.5㎞에 이르는 신규 154㎸ 송전선 경과지 전체에서 참석한 주민이 이만큼이었다. 뒤늦게라도 주민들이 환경영향평가서를 열람하려면 충북 제천에 있는 한전 충북강원개발지사를 찾아가야 한다. 한전 관계자는 “평가서의 외부 유출은 안 되고, 열람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도형 위원장은 “경과지와 인접 주민들을 합치면 1000여명은 되는데 기껏해야 50여명이 참석한 설명회에서 환경영향평가서가 열람됐다. 한전은 문제가 없다는데, 그 말을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횡성 삼척 제천/김효실 송호균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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