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예술박물관 홈페이지
홍 사무총장 운영 박물관에서 이주 노동자들 착취
‘이주 노동조합’ 기자회견 “인간다운 삶 보장” 촉구
박물관장 “문화시설을 운영하다 보니 매년 적자”
‘이주 노동조합’ 기자회견 “인간다운 삶 보장” 촉구
박물관장 “문화시설을 운영하다 보니 매년 적자”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운영하는 박물관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의 절반도 되지 않는 임금을 지급받으며 착취당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조합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포천아프리카예술박물관 전통예술 공연단 및 조각가 노예노동 고발’ 기자회견을 열어, 박물관 이사장을 맡고 있는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에게 이주노동자들을 더 이상 노예 취급하지 말고 그들에게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주노동조합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홍 사무총장이 2010년 사들여 이사장을 맡고 있는 포천아프리카예술박물관이 아프리카 짐바브웨 출신 조각과 4명과 부르키나파소에서 온 무용수, 악기연주자 8명 등 12명을 고용하며 2012년부터 최저임금에 크게 못 미치는 월 650달러(짐바브웨)와 600달러(부르키나파소)를 각각 지급하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정당한 노동의 댓가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전부 자국에서 인정받은 전통예술 공연단이나 조각가 출신으로, 현 박물관장에게 오디션을 거쳐 발탁된 인재들이다. 그나마도 계약서와 달리 임의로 1달러당 한화 1000원으로 환율을 고정 적용해 각각 65만원과 60만원씩만 지급하도록 했다. 이를 계산해보면 시급 3000원이 넘지 않는다. 국내 최저임금은 2012년 4580원, 2013년은 4860원이었다. 여기에 박물관 쪽이 “귀국 비행기 표를 2년 전에 미리 사느라 1인당 130여만원을 이미 지급했다”며 매월 10여만원씩 공제하는 바람에, 실제 이들의 손에 쥐어지는 수령액은 월 50여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노동조합은 또 이들에게 제공된 기숙사의 주거환경이 매우 열악한데다 1인당 1일 식비를 4000원으로 제한해 사실상 하루 3끼 식사가 불가능하며 일하다 다쳐도 치료비를 받기는커녕 쉬는 기간만큼의 급여가 깎인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노컷뉴스>가 보도한 르포 기사는 이들 이주노동자들이 머물었던 기숙사의 침실이 “영화 <설국열차>에 나오는 꼬리칸을 연상케” 한다고 전했다. “한두 명도 간신히 몸을 뉘일까 말까 한 작은 방에 4명씩 자는 건 기본이고 방을 가득 채운 2층 침대 곳곳에는 누추한 짐가지들이 주인 대신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그래도 자리가 부족해 남자들은 거실과 복도에 침대를 두는가 하면, 아예 건물밖 현관 옆에 돗자리로 간신히 외풍을 막아 방을 만들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박물관 쪽은 이주노동자들이 이러한 처우를 못 견뎌 무단으로 이탈할 것을 우려해 여권을 직접 보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물관의 이런 위법 행위는 지난달 말로 계약이 만료된 부르키나파소 공연가들이 새 계약서를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박물관 쪽이 지난 4일 갑자기 “재계약을 할 수 없다”고 밝히고 나선 것이다. 결국 재계약을 믿고 다른 직장도 구하지 못한 이들은 체불 임금조차 받지 못한 채, 비자가 만료되는 이달 말 고향으로 쫓겨날 위기에 몰리게 된 것이다.
이런 논란에 대해 박상순 박물관장은 “일반사업장도 아니고 문화시설을 운영하려니 매년 적자를 보고 있는 현실”이라며 “이 때문에 4000원의 하루 식비와 최저임금에 못미치는 임금을 지급하는 사실 등은 인정한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식대는 적지만 쌀은 무한정 제공하고 있고, 기숙사 사정도 지금은 열악하지만 조만간 방 3개짜리 기숙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압수’당한 여권과 관련해선, “상황을 고려해서 여권과 돈을 우리가 갖고 있다가 공항에서 줘도 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박물관에서 이주노동자들에게 사실상 “노예노동”을 시키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야권은 일제히 비판 성명을 내어 “새누리당은 홍 사무총장을 즉각 경질하고 고용노동부는 박물관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허영일 민주당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대한민국의 위신을 떨어트리는 국제적 망신”이라며 “아프리카 예술가들에 대해 폭언과 협박을 일삼고, 여권까지 빼앗은 것은 명백한 인권탄압으로 실정법 위반의 소지까지 있다”고 비판했다. 허 부대변인은 또 “집권여당의 사무총장이라는 사람이 바람직한 노사관계와 인권존중의 모범이 되지 못하고 착취와 인권유린, 인종차별적 행태를 방치한 것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홍문종 ‘아프리카예술박물관’ 이사장은 아프리카 예술가들에게 사과하고 착취한 임금을 즉시 돌려줘야 한다. 또한 사태의 책임을 물어 박상순 박물관장의 사표를 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중 정의당 부대변인도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홍 사무총장은 이미 숱한 설화로 국민들에게 심각한 스트레스를 안겨준 바 있는데 거기에 노동착취까지 더해진다면 그야말로 바닥까지 몽땅 드러난 셈 아니냐”며 “아프리카예술박물관의 처참한 현실은 반노동, 반인권정당인 새누리당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홍 사무총장과 같은 이가 집권여당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의 비극”이라며 “홍 사무총장은 당장 모든 당직에서 사퇴하고, 노동자들과 국민에게 엎드려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장하나 민주당 의원도 이날 개인명의의 성명을 내어 “홍 사무총장이 국회의원으로서, 또 집권여당의 사무총장으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것을 증명한다. 새누리당이 만약 홍 사무총장을 경질하지 않는다면 그건 전체 노동자에 대한 모욕이고 국제적 비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지방선거 등 현안에 대해 기자들에게 말하고 있다. 김경호기자 jija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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