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항소…검찰, 준비 어떻게
1심서 ‘수사방해’ 권은희 진술 의존
하드디스크 등 사실관계 확인 소홀
‘직권남용’ 밝혀야 ‘선거법 위반’ 적용
1심서 ‘수사방해’ 권은희 진술 의존
하드디스크 등 사실관계 확인 소홀
‘직권남용’ 밝혀야 ‘선거법 위반’ 적용
검찰은 김용판(56)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1심 무죄 판결에 대해 이번주 안에 항소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청장에게 적용된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 혐의는 사실상 한몸이다. 직권남용이라는 ‘행위’를 근거로 선거에 개입할 ‘의도’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구조다. 검찰은 김 전 청장의 직권남용을 주장하며 ‘허위 내용의 수사결과 발표 지시’와 ‘수사 방해’를 이유로 들었다.
검찰은 ‘김 전 청장이 허위 내용의 발표를 지시했는지’를 입증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대선 사흘 전인 2012년 12월16일 밤 11시의 경찰 발표 내용을 어떻게 볼 것인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가 권은희(40)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진술 신빙성을 문제삼아 ‘수사 방해’ 주장을 반박한 것도 검찰의 숙제다. 검찰이 권 과장의 진술에 의존해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한 대목들이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서울경찰청이 수서경찰서가 제대로 수사하지 못하도록 부실한 분석자료를 넘겨줬다’고 주장했다. 권 과장은 2012년 12월18일 오후 7시35분께 서울경찰청으로부터 분석 결과물이 저장된 하드디스크를 받았지만 수사에 가장 중요한 아이디와 닉네임이 빠져 있었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서울경찰청이 보낸 하드디스크에는 자료 분석에 필요한 아이디와 닉네임이 담겨 있었다. 권 과장은 법정에서 “팀원에게서 ‘하드디스크에 아이디가 담겨 있지 않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권 과장의 진술만 믿고 검찰이 사실관계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검찰이 수사 방해의 근거로 ‘서울경찰청의 키워드 축소 요구’를 제시한 것도 마찬가지다. 수서경찰서는 2012년 12월14일 서울경찰청의 요구에 따라 국정원 직원 김하영(30)씨의 컴퓨터 분석에 필요한 키워드 100개를 보냈다. 하지만 다음날 밤 9시께 서울경찰청이 ‘키워드를 4개로 줄여달라’고 요구했다. 권 과장은 수사 방해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키워드를 줄여달라고 요구할 때 서울경찰청 분석팀은 이미 김씨의 컴퓨터에서 삭제됐던 메모장을 복구해 김씨가 사용한 아이디를 찾았고 이를 근거로 키워드를 확장해가며 분석중이었다. 이런 사실을 수서경찰서 수사팀에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직권남용 혐의 입증에 더 중요한 것은 ‘수사 방해’보다 ‘김 전 청장이 허위 내용의 발표를 지시했는지’ 여부라고 보고 있다. 서울의 한 부장판사는 “경찰이 수사를 제대로 못했다면 왜 못한 건지, 안 했다면 어떤 의도를 갖고 안 한 건지를 검찰이 입증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철 이경미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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