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희 서울 송파경찰서 수사과장
‘문책성 인사’ 논란에 “하고 싶던 일 지원”
지난해 ‘국가정보원의 불법 선거 개입 사건’을 수사하며 경찰 수뇌부의 수사 축소 의혹을 폭로한 권은희(40) 서울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이 관악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으로 인사 발령났다.
서울지방경찰청은 9일 권 과장을 포함한 경정 384명과 경감 702명 등 모두 1086명의 경찰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권 과장은 10일부터 관악경찰서에서 근무하게 된다. 그는 2012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으로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수사한 뒤 지난해 2월 송파서 수사과장으로 인사 조처돼 근무해 왔다.
권 과장은 지난해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 축소 의혹을 폭로했다. 그는 지난해 보고도 없이 언론과 인터뷰했다는 이유로 서울경찰청으로부터 경고를 받고, 지난달 총경 승진에서도 탈락하는 등 불운을 겪었다. 권 과장은 7일 국정원의 불법 선거 개입 사건 수사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청장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것에 대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충격적 결과”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권 과장의 이번 인사가 문책성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서울 일선경찰서의 한 형사과장은 “여성청소년과 출신이 올해 승진이 많긴 했지만, 여성청소년과는 원래 일이 적은 한직이다. 권 과장의 인사는 문책성 인사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수 경찰들은 좌천으로 보기 어렵다는 풀이를 내놨다. 서울 일선경찰서의 또다른 형사과장은 “올해 여성청소년과장이 승진자가 많이 나와서 선호 부서가 됐다. 이번 정부의 중점 과제나 경찰청 추진 핵심 과제가 4대악 척결이어서 여성청소년과와 생활안전과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도 “이번 인사는 김용판 전 청장의 재판 결과와 무관한 정기인사다. 권 과장 본인의 희망 보직을 충분히 고려했다”고 밝혔다.
권은희 과장은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여성청소년과를 지원했다. 하고 싶었던 업무다”라고 말했다.
김경욱 정환봉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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