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한 김용판(56)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6일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검찰은 “무죄의 구체적 이유가 무엇인지 분석한 뒤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공식 반응을 내놨다.
하지만 검찰 안에서는 법원의 판단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한 검찰 간부는 “상식적으로 경험칙에 반하는 판결이 아니냐. 자유심증주의(증거의 증명력을 법관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기는 것)의 남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김용판 전 청장의 지시가 없었다면 경찰이 수사가 제대로 끝나지도 않았는데 일방적으로 집권 여당에 유리한 발표를 선거 사흘 전에 했겠느냐. 법관이 증거 판단에서 자유심증주의를 따르지만, 상명하복인 경찰 조직에서 정권 유지라는 큰 사안을 두고 김 전 청장의 허락 없이 실무자급의 경찰이 알아서 하는 경우가 어디 있겠냐”고 말했다.
서울의 한 검사는 “특별수사팀 검사들이 법정에서 ‘무죄’라는 주문만 듣고 공소사실의 문제가 무엇인지 몰라 당황했는데, 나중에 판결문을 꼼꼼히 읽어보고는 재판부가 미리 무죄 결론을 내고 맞춰 쓴 흔적이 역력해 오히려 안도했다는 말도 들려온다”고 말했다.
특히 재판부가 “경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 시기와 내용에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고 언급한 것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검찰 관계자는 “항소심과 그 이후까지 지켜봐야겠지만, 1심 재판부의 판단과 그 근거가 되는 논리는 이해할 수가 없다. 경찰은 국정원 대선개입 관련 단서를 찾았는데도 ‘국정원의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해야 한다’는 내용이 아니라 ‘개입하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런 행위를 앞으로는 어떻게 처벌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또다른 검찰 관계자는 “경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는 선거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내용인데, 그 내용을 허위로 꾸미면 그 자체도 선거운동이 된다.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가 사용한 아이디 등이 적힌) 텍스트 파일을 경찰이 발견했으면 당연히 더 수사를 했어야지, (허위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 안 되는 거였다”고 지적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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