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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공기업 ‘방만 경영’ 점검, ‘노조 파괴’ 법인 노무사들에 맡겼다

등록 2014-02-04 08:02수정 2014-02-04 08:17

정부 점검 인력 5명 중 3명이
작년 ‘노조 파괴’ 혐의 기소된
KEC 자문한 법인 소속 드러나
“공공기관 노조 무력화해
정권 입맛대로 민영화 의도”
정부가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동계가 ‘반노조’로 지목하는 노무법인의 노무사들로 ‘공공기관 방만경영 점검 인력’을 구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는 공기업 정상화를 명분 삼아 방만경영 책임까지 노조에 떠넘겨 탄압 수단으로 악용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한겨레>가 3일 장하나 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방만경영 정상화 계획 기관별 점검계획’을 보면, 기획재정부는 중점관리 대상으로 선정된 38개 공공기관의 ‘정상화 이행계획’ 가운데 단체협약·취업규칙상의 복리후생, 퇴직금, 경영·인사 참여 대목 등과 관련해 정부 지침(체크리스트)대로 마련되고 있는지 노무 전문가들을 통해 지난달 16~20일 중간점검했다.

문제는 정부의 ‘점검 인력’ 5명 가운데 기획재정부 관료 2명을 뺀 나머지 3명 모두 지난해 노조 파괴 혐의로 기소된 전자부품 회사 케이이씨(KEC)를 수년간 자문·대리해온 노무법인 서원(당시 이름은 엘앤케이) 소속 노무사들이라는 사실이다. 서원의 박동국 대표와 박아무개·방아무개 노무사 등은 점검 과정에서 조합원 징계, 조직 개편, 비정규직 채용 때 노조의 합의를 얻도록 한 단협 내용, 쟁의행위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 면제 제도 등이 각 기관에서 운용되는지 가려냈다.

일례로 한국가스기술공사는 정원 감소를 단체교섭에서 정하도록 한 단협 규정을 오는 8월까지 개정하겠다는 최종 이행계획서를 제출했다. 근로기준법은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등에 대해 노조와 협의해야 한다”(24조)고 규정하고 있는데, 가스기술공사 노사는 협의가 아닌 합의로 정했다며 옥죄는 식이다.

2011년 당시 엘앤케이의 자문을 받던 케이이씨는 ‘파업자 전원 퇴직 원칙’ ‘파업자에 대한 심리적·경제적 압박 강화’ ‘친기업 성향의 노조 설립’ 등의 노조 파괴 전략이 담긴 ‘인력 구조조정 로드맵’이 그해 국정감사 때 공개되고, 복수노조 사업장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지난해 11월 노조 파괴 혐의(부당노동행위)로 기소됐다.

이번에 점검 인력으로 참여한 박아무개 노무사는 2011년 당시 엘앤케이의 부대표였다. 공공기관 정상화 정책을 결정하는 상위 점검단에도 들어간 박동국 대표는 이명박 정권 때 이영호 청와대 비서관의 민간인 사찰에 대거 연루된 한국선진노사연구원 출신으로 중앙노동위원회 심판국장까지 올랐던 이다. 1990년대부터 대구·경북에서 사용자들을 대리해왔다. 박 대표가 자문한 한국합섬에서는 파업이 장기화하고 한 조합원이 분신까지 하면서 박 대표를 ‘현상수배’하는 전단이 시내에 나붙기도 했다. 엘앤케이는 케이이씨 사건 이후 서원으로 회사명을 바꾸고 지난해 10월께 박 대표를 영입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구미지부의 배태선 사무국장은 “박 대표는 이명박 정부 때 영포라인에 줄을 댄 대표적인 노무사로 반노조 컨설팅의 원조”라고 말했다.

이에 박동국 대표는 “기재부가 나에게 자문을 해달라고 해 소속 노무사들을 데리고 참여했다”며 “(엘앤케이가) 케이이씨에 자문한 사실은 알지만, 노조 탄압을 주 업무로 하는 법인은 아니다. 기재부는 우리가 케이이씨에 관여한 대목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박 대표는 중앙노동위 상임위원 출신으로, 전문성을 보고 썼다. 이들의 전력은 몰랐다. 그런 경력자라면 우리도 점검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장하나 의원은 “정부가 노동조합 무력화를 전문적으로 했던 노무사들을 앞장세워 공공기관 노조들을 탄압하고, 그 뒤 정권 입맛대로 구조조정하고 민영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38개 공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공공기관 300여곳은 3월 말까지 이행계획서를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기존 점검 인력이 이 과정에도 참여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임인택 권은중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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