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한국의 남부원, 일본의 시마다 시게루, 중국의 투한차오 사무총장
세 나라 YMCA 평화포럼 합의
히로시마서 열린 5회째 포럼
공동 역사교과서로 함께 공부
평화순례 첫 행사 난징개최 등
공동협력 구체적 합의 끌어내
히로시마서 열린 5회째 포럼
공동 역사교과서로 함께 공부
평화순례 첫 행사 난징개최 등
공동협력 구체적 합의 끌어내
‘한중일 청소년 평화순례 첫 행사를 연내 중국 난징에서 시작합니다!’ ‘한중일 시민연대를 상징하는 평화의 종을 만들어 공유합니다!’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기원하는 공동 기도문을 채택합니다!’ ‘역사인식의 공유를 위해 공동 역사교과서로 함께 공부합니다!’
‘일-중 무력충돌 가능성’을 거론한 아베 총리의 스위스 다보스 발언이 국제적인 파문을 일으킨 지난 22일(현지시각), 2차 세계대전의 비극을 상징하는 ‘원폭의 도시’ 히로시마에서 ‘2014 한·중·일 와이엠시에이(YMCA) 평화포럼’이 열려 세 나라 대표와 청소년 60여명이 작지만 뜻깊은 ‘평화 선언’을 했다. 2004년 한국와이엠시에이의 제안으로 제주도에서 처음 열린 평화포럼은 2년마다 세 나라 도시를 순회하며 ‘동북아 평화를 위한 평화교육과 공동협력방안’을 협의해왔다. 5회째인 이번 히로시마 포럼에서는 세 나라 청소년 대표 15명이 처음으로 함께 참가한 가운데 구체적인 실천 프로그램을 결의해내는 성과를 이뤘다.
“한중일 3국의 영토갈등과 역사왜곡 논란으로 어느 때보다 동북아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이 어려운 시기에, 이처럼 순조롭게 3국 대표들이 뜻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지난 10년간의 지속적인 논의와 교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포럼을 공동으로 진행한 한국의 남부원(왼쪽부터), 일본의 시마다 시게루, 중국의 투한차오 사무총장은 약속이라도 한 듯 한목소리로 의의를 설명했다. 특히 올해는 한국와이엠시에이전국연맹 창립 100돌을 맞아 ‘동북아 평화 구축을 위한 공동협력방안’을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프로그램과 절차까지 합의를 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첫번째 청소년 평화순례지로 일본 제국주의 만행의 현장인 중국의 난징을 선정하는 데 일본 쪽에서도 흔쾌히 동의를 해줘서 내심 놀랐고 반가웠습니다.”
한국 대표단의 남 사무총장은 기독교인의 비율이 워낙 낮아 시민운동단체 성격보다는 사회복지단체 활동에 치중해온 일본 와이엠시에이의 특성을 들어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도 있는 사안에 적극 협력해준 것은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포럼 과정에서는 아베 정권 이래 일본의 우경화 현상과 반핵평화주의 노선의 변화를 경계하고 전쟁 책임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첫날 히로시마 와이엠시에이 사무실에서 열린 공동기도회의 설교자로 초청된 미국계 일본인 스티븐 리퍼 상임위원은 “68년 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파괴했던 원폭은 장난감이라 할 만큼 미국·러시아 등 강대국들은 엄청난 양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어 인류 공멸의 위협이 되고 있다”고 전제하고, 스위스와 노르웨이 등에서 벌이고 있는 핵무기 금지 조약에 핵보유국들이 동참하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미국과 중국은 ‘대인지뢰 금지 조약’에도 20년 넘게 가입하지 않고 있고, 일본도 핵무기 폐기에 동의는 하면서도 실천은 하지 않고 있으며, 한국 역시 미국의 ‘핵우산’ 보호를 받고 있다며, 세 나라의 와이엠시에이가 각국 정부를 압박하는 반핵 평화 운동을 벌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히로시마 시내 한복판에 있는 평화공원을 견학한 일행은 ‘원폭 피해의 상징에서 평화운동의 상징’으로 거듭나려는 히로시마의 노력을 지지하면서도, 한편으로 재일 한국인과 중국인의 대규모 희생까지 빚은 일제의 태평양전쟁 침략 책임에 대한 사과나 반성은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국 대표단의 이런 지적에 대해 일본 와이엠시에이동맹의 나카가와 요시히로 이사장은 “일본 정부로 하여금 사과를 하도록 요구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역사적 실체 이해가 더 중요하다는 점에서 한·중 시민 차원의 교류와 협력을 하고자 한다”고 답했다. 또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와이엠시에이도 참전을 지지했던 과거사와 관련해 그는 일본 와이동맹 창립 100돌 기념 사업으로 96년 제정한 ‘선언문’을 통해 “일제 침략으로 아시아에 피해를 준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공식 사과를 했다고 덧붙였다.
한국 청소년 대표단의 채현희(금오공대) 대학와이엠시에이 회장은 “2005년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일본교과서바로잡기운동본부) 주도로 한중일공동역사편찬위원회에서 3개 국어로 동시에 발간한 <미래를 여는 역사>를 이번에 처음 봤다”며 “평화순례에 참가하는 3국 청소년들이 이 책을 공동교재로 정해 역사인식의 간극부터 좁혀가기로 한 점이 기대가 된다”고 밝혔다.
히로시마/글·사진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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