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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밀양희망버스’ 시민 3000명 “송전탑 고마해라”

등록 2014-01-25 20:19수정 2014-01-26 17:44

25일 전국에서 ‘밀양 송전탑 건설 중단 2차 희망버스’를 타고 경남 밀양으로 온 시민들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25일 전국에서 ‘밀양 송전탑 건설 중단 2차 희망버스’를 타고 경남 밀양으로 온 시민들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전국 50곳에서 연대의 손길…“밀양 송전탑은 우리 모두의 문제”
“희망버스는 더 많은 밀양과 만나겠습니다”

25일 오후 2시께 전국 50여 곳에서 ‘밀양 송전탑 건설 중단 2차 희망버스’를 나눠 타고 온 3000여명의 시민이 경남 밀양시청 앞에 모였다. 시민들은 ‘밀양 송전탑 고마해라’라고 적힌 주황색 풍선을 들고 “송전탑 공사 중단하라” “폭력경찰 몰아내자”고 구호를 외쳤다. 충남 당진에서 온 시민 김정훈(31)씨는 “트위터를 통해, 힘들게 싸우고 계신 분들을 보니 이게 내 일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처음 밀양에 왔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니 당연히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장하나 민주당 의원,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도 참석했다. 김 의원은 “밀양에서 모든 것을 걸고 싸우시는 분들을 보며 참 많이 배웠다. 힘드셨겠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다.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다.

희망버스는 신대구-부산고속도로 밀양·남밀양 나들목에서 밀양으로 진입하기 위해 10분여를 멈춰 섰다. 조류 인플루엔자(AI)를 막기 위한 개별방역을 위해서였다.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는 외지에서 온 시민들이 AI를 옮길 수도 있다는 밀양 양계농가의 우려에 대해 ‘모든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개별방역을 받도록 하겠다’고 24일 밝혔다. ‘가축방역’이라고 적힌 초록색 통로를 지나가며 시민들은 “우리가 가축인가” “그래도 참 신기한 경험이다”라며 방역에 응했다.

오후 1시40분께 선두에 선 버스가 밀양에 도착하자 ‘밀양바로세우기시민운동본부’ 등 희망버스 반대단체는 “밀양에서 외부세력은 나가라”며 희망버스를 5분간 막아서기도 했다. ‘안녕들하십니까’ 버스를 타고 온 서기원(26)씨는 이런 모습에 대해 “우리는 밀양이 누군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것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온 것이다”라며 씁쓸해 했다. 같은 버스를 탄 유가향(26)씨도 “내가 살고 있는 공동체의 일이다. ‘안녕들’은 대자보에도 적었던 밀양의 문제, 우리가 쓰는 전기의 문제를 더 많이 고민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밀양시청에서 사전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시청 앞 도로와 시내를 행진했다. 징과 꽹과리를 울리고 트로트를 불렀다. 일부 주민은 흥에 겨워 춤을 췄다. 거리 곳곳에 ‘밀양 송전탑 건설 중단이 곧 희망입니다!’라고 적힌 스티커를 붙였다. 손에는 송전탑 건설에 반대해 극약을 마신 지 나흘 만에 숨진 밀양 주민 유한숙씨를 추모하는 하얀 조화를 들었다. 버스를 타고 오며 손수 만든 종이국화였다. 행진 중간중간 잠시 멈춰 유씨를 추모하는 묵념을 올렸다.

집회에 참석한 시민 가운데 70여명은 오후 5시께 밀양경찰서 앞에서 거울을 들고 “경찰은 이 거울에 비춰진 스스로의 모습을 보며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경찰은 더 이상 밀양에서 인권침해를 저지르지 말라”고 촉구했다. 시민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경찰에 보내는 항의서한을 경찰방패, 경찰서 앞에 부치며 “꼭 읽어달라”고 호소했다.

오후 5시30분께 밀양한국전력 앞에 도착한 행진대열은 ‘한국전력과 정부와 경찰이 한패’라며 한전에 항의했다. 이 자리에서 고유한숙씨의 아들 유동찬(46)씨는 “우리 아버지는 송전탑 때문에 돌아가셨다. 경찰은 아버지의 죽음을 ‘신변비관’이라는 식으로 왜곡하지 마라. 송전탑은 전기를 쓰는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은 6시께 밀양역에 도착해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외롭게 밀양을 지키던 주민들은 이들을 반겼다. 밀양시 상동면 고답마을 장아무개(62)씨는 “막 힘이 다 난다. 그간 얼마나 힘이 빠졌는지 모른다. 유한숙씨가 그렇게 되고 마음이 힘들었는데 참 고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아침 7시30분께 밀양시 상동면 여수마을 주민 김영자(58)씨가 110번ㆍ111번ㆍ112번 공사현장으로 향하는 상동면 고정삼거리에서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다 트럭에 치어 종아리뼈 등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밀양병원으로 이송된 김씨는 27일 수술을 받는다.

밀양/글·사진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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