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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주 80시간 밤낮 없이 배달…집배원들 “설이 무서워요”

등록 2014-01-21 20:28수정 2014-01-21 22:46

설을 열흘 앞둔 21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구의동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서 우정사업본부 직원들이 소포를 배송처별로 분류하고 있다. 오는 30일까지 설 우편물 특별 소통기간으로 비상근무 체체에 들어간 우정사업본부는 올해 소포와 택배 물량이 지난해보다 16% 증가한 1370만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설을 열흘 앞둔 21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구의동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서 우정사업본부 직원들이 소포를 배송처별로 분류하고 있다. 오는 30일까지 설 우편물 특별 소통기간으로 비상근무 체체에 들어간 우정사업본부는 올해 소포와 택배 물량이 지난해보다 16% 증가한 1370만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특별 소통기간’ 휴일도 없이
새벽 5시~밤 11시까지 일해
낙상·오토바이 사고 잇따라
올 들어 벌써 2명 의식 잃어
연대 모임, 최문기 장관 고발
혹한·폭설 때 배달 금지 요구
“설 한번 지나가면 한두명은 꼭 다친다.”

집배원 문아무개(49)씨한테도 ‘차례’가 왔다. 20년 경력의 문씨는 올해 ‘설 우편물 특별 소통기간’을 병원 침대에서 맞고 있다. 발가락뼈 3개가 부러졌다. 지난해 12월 우편물을 나르다 오토바이와 함께 넘어졌다. 의사는 석달간은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동료들에게 미안해서…. 내가 할 일을 다른 동료들이 나눠 져야 해서 걱정스러워요.” 그는 마음이 불편해 보였다. 문병 오는 동료들에게 “이번 겨울에는 죽지 말라”고 농반진반 충고를 던지는 것도 부담 때문일 것이다.

문씨의 동료 정아무개(49)씨는 “오늘 100개 넘는 물량을 배달해야 한다. 아침에도 빙판길에서 넘어질 뻔했다. 다친 동료가 안타깝지만 동료가 빠진 부분을 인력 충원 없이 메우려니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집배원 이아무개(41)씨도 “어제 눈이 왔지만 밤 9시까지 일했다. 물량이 몰리고 인력은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1년 전 문씨는 복대를 차고 우편물을 날랐다. 배달하다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삐끗한 뒤로 무거운 짐을 들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병원에 갔더니 뼈에 금이 갔다고 했다. 복대로도 통증은 가시지 않았지만, 위에서는 “인력이 없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지난해 우편물 특별 소통기간, 그는 새벽 5시부터 밤 11시까지 휴일 없이 복대를 찼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배송은 마쳐야 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올해 설 우편물 특별 소통기간을 17~30일로 잡았다. 설 연휴기간 소포 접수 물량은 지난해보다 16% 늘어난 1370만개로 예상했다. 문씨 같은 집배원은 1만8000여명이다. 1인당 소포는 평균 761개, 하루에 54개 이상을 한 사람이 날라야 하는 셈이다. 우정사업본부는 보조인력 2100여명을 투입했지만 이들은 대부분 내부에서 분류작업을 맡고 있다.

과중한 업무에 큰 사고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지난 4일 전남 함평우체국 소속 집배원인 50대 초반의 서아무개씨는 업무 중 뇌출혈로 의식을 잃었다. 6일 경남 함양우체국의 40대 중반 김아무개 집배원은 오토바이 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쳤다. 둘 모두 의식이 없는 상태다.

김동근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은 “1월에만 벌써 집배원 두명이 의식을 잃었다. 우정사업본부가 집배원과 시민사회단체의 제안을 거부한 결과”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집배원 중대재해 해결을 위한 연대모임’(집배원 연대모임)은 인력 충원, 폭설·폭우 시 배달 금지, 영하 7도 이하 혹한 때 배달 자제 등을 우정사업본부에 요청했지만 별다른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집배원 연대모임은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김준호 우정사업본부장과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산업안전보건법 24조 보건조치 위반 혐의로 고용노동부에 고발했다. 이 법은 사업자가 ‘단순 반복작업이나 인체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작업에 의한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들은 우정사업본부에 대한 ‘특별감독 요청서’도 고용노동부에 제출했다.

유성규 노동건강연대 노무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명절기간이면 80시간이 넘는 주간 노동시간을 견디며 일하는 집배원들이 건강하긴 어렵다. 이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 우정사업본부를 고발하고 고용노동부의 특별관리감독을 요청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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