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지원자 없어…21일 마지막호
‘길들여지지 않는 시대의 눈’ 구실
‘길들여지지 않는 시대의 눈’ 구실
‘길들여지지 않는 시대의 눈동자.’
이런 기치를 내걸어온 서울대 자치 언론인 교지 <관악>이 1990년 창간 이후 25년 만에 종간한다. ‘학술문화 종합지’를 내세워 연간 1~2회 발행해온 관악의 종간호 1500부는 21일 뿌려진다. 1988년 창간준비호부터 헤아려 49번째 책이다.
관악은 지금껏 노동·분단·언론·교육·성·장애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뤄왔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등 학생 정치조직부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전국교직원노동조합·민주언론운동협의회 등 시민사회·학계 인사의 글도 두루 실렸다. 이해찬 민주당 의원(‘전환기의 학생운동, 과제와 전망’, 1994년 9호), 손석희 앵커(‘정론직필에서 자본의 첨병까지’, 1996년 13호), 유시민 전 의원(‘문제는 발본색원주의’, ˝) 등도 기고했다.
관악은 ‘사람이 없어서’ 문을 닫는다. 인력난을 이유로 종간을 논의하는 총회는 2011년 처음 열렸다. 지난 1년간 단 한 명의 수습위원도 들어오지 않았다. 지난 10년간 서울대에서는 <법대신문> <쥬이쌍스>(여성주의 자치언론) <이공대저널> <스누나우>(인터넷 뉴스) 등 자치 언론들이 비슷한 이유로 문을 닫았다. <서울대저널> <교육저널> <퀴어플라이>(성소수자 자치언론) 등이 남았지만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서울대저널 관계자는 “이번에 3~4명 후배들이 지원했다. 과거 10명씩은 지원하던 데서 많이 줄었다”고 전했다.
관악은 ‘종간사’에서 “취업난, 원자화, 담론의 소멸, 종이매체의 몰락”도 종간의 원인이라고 썼다. 관악 종간호 편집위원 함규원(25·윤리교육과)씨는 “과거처럼 교지 활동을 학생운동의 부분으로 사고하기가 어려워졌고, 교지의 주요 소비층인 학회·학생회 등 학생자치 공동체의 성격이 달라지면서 교지도 힘을 잃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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