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 교수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대 이준구 교수, 교학사 교과서 비판
MB정부 서술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새누리 홍보책자에나 나올 구절” 꼬집어
MB정부 서술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새누리 홍보책자에나 나올 구절” 꼬집어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친일·독재 미화’로 논란을 빚고 있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정면으로 비판한 글이 시간이 흐를수록 에스엔에스(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교수는 지난 9일 자신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국사 교과서 편향 논란-여러분이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교학사 교과서의 서술 부분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교수는 교학사 교과서가 ‘안보를 보다 확실히 하고 경제를 선진화한다는 목표를 가졌다’라고 서술한 것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친절한 설명은 새누리당 홍보책자에나 나올 구절 아닌가요”라며 “문제는 과연 그런 목표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느냐에 있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우선 안보의 측면에서 “이명박 정부 때가 국민을 가장 불안하게 만든 때가 아닌가 한다”고 지적했다. 또 ‘경제를 선진화한다’는 부분에 대해선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라며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경제가 선진화된 구석이 단 하나라도 알고 있으면 얘기해 보라”고 비판했다. 또 교학사 교과서의 ‘2012년 20-50 클럽에 세계 7번째로 들어가게 되었다’라는 구절에 대해서도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다”며 “경제학을 전공한다 하는 나 자신도 20-50 클럽이라는 게 무엇을 뜻하는지 잘 모른다”고 꼬집었다. 이명박 정부는 2012년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인구 5000만명에 도달했다며 ‘20-50클럽’에 가입했다고 홍보한 바 있다.
이 교수는 “만약 정직한 교과서를 쓰기로 했다면 이명박 정부에 대해 이렇게 썼어야 마땅한 일”이라며 자신의 견해를 제시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는 747이란 허황된 공약을 내세워 정권을 잡았지만, 결국 집권 5년 동안 연평균 경제성장률 2.9%라는 초라한 성적만을 거둔 채 퇴장하고 말았다”라며 “이 수치는 경제상황이 어려웠다는 평가를 받았던 노무현 정부 5년 동안의 연평균 성장률 4.3%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라고 서술했다. 그는 또 “경제살리기란 명목으로 추진한 부자감세정책과 친재벌정책으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양상을 보이던 양극화에 기름을 들이붓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표현을 내놓았다.
그는 이어 “만약 나더러 국사 교과서를 집필하라고 한다면 다음과 같은 구절을 꼭 추가하고 말 것”이라며 추가할 항목으로 4대강 사업과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을 꼽았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해 그는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4대강사업이란 대규모 토목사업을 강행함으로써 우리 국토 전체의 생태계에 회복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남겼다. 정당한 절차를 무시하고 불과 몇 개월이란 짧은 준비기간만을 거쳐 공사를 시작함으로써 숱한 부작용을 낳게 되었다. 무모한 사업으로 인해 발생한 막대한 규모의 사회적 비용은 아직도 계속 증가추세에 있다. 우리 역사상 이렇도록 무모하고 파괴적이며 낭비적인 토목사업은 전무후무한 일로 기록될 것” 이라고 적었다.
그는 또 국정원 개입과 관련해서도 “또한 사회적 측면에서는 언론을 장악하고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을 사조직화함으로써 국정을 농단한 결과 사회의 기강이 극도로 문란해지게 되었다. 특히 정권 말기 차기 대통령 선거에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건은 우리 민주헌정사의 큰 치욕으로 역사에 기록되어야 마땅한 일”이라고 적시했다.
이 교수는 이후 추가로 게시판에 댓글을 달아 ‘20-50클럽 가입’에 대해 좀더 날선 비판을 가했다. 그는 “20은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라는 뜻이라는데, 그건 MB가 대통령 되기도 전인 2007년에 이미 달성되었다”고 지적한 뒤 “50은 인구가 5천만명이란 뜻이라는데, 인구가 그 정도로 커졌다는 게 뭐 큰 자랑거리라도 되나”고 꼬집었다. 그는 “그러니까 MB가 대통령 되고 인구가 5천만을 돌파했다는 게 유일한 자랑거리라는 뜻인가 보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지난 13일 댓글을 통해 “이렇게 문제점이 많은 교과서가 외면을 당하는 건 당연한 일인데, 정부, 여당은 외압 때문이었다고 엉뚱한 핑계를 댄다”며 “그걸로도 모자라 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하겠다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나 하고”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의 글에 대해 “자학사관 자학사관 하는데 자학사관은 교학사교과서같은 사관이다. 조선을 폄훼하고 일제시대를 치켜세우는게 어떻게 자학사관의 극복이라는건지”라는 글들이 댓글로 달려 있다. 한 트위터리언(@za****)은 “개념 충만한 좋은 글”이라고 추천을 권했으며, 다른 트위터리언(@ch*****)은 “교학사 교과서는 친일뿐이 아니네. 아주 거짓말을 늘어놓았구만”이라고 비판했다.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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