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명백한 보복성 인사” 지적
경찰청 “인사고과 성적으로 선별”
경찰청 “인사고과 성적으로 선별”
지난해 국가정보원의 대선 여론조작 및 정치개입 사건 수사 당시 경찰 수뇌부의 외압을 폭로한 권은희 서울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이 총경 승진에서 탈락했다. 통상 고시 출신이 총경까지 무난히 승진하는 점을 감안하면 보복성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예상밖에 9일 밤 갑자기 이뤄진 총경 승진 인사에서 승진 예정자로 뽑힌 89명의 명단에 권 과장 이름은 없었다. 사시 출신에 서울 강남권 경찰서에서 수사과장을 지낸 권 과장의 총경 승진 탈락에 뒷배경을 의심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권 과장은 2005년 경정으로 특채돼 경찰 생활을 시작했기에 14년인 경정 계급 정년을 감안할 때 2019년까지 총경으로 진급하지 못하면 퇴직해야 한다. 그러나 보통 10년차가 넘어가면 승진이 어려워져, 권 과장이 다음번 승진에 성공하지 못하면 사실상 총경 승진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경찰 내부에서 나온다.
경찰청 공식 설명은 다르다. 일선 경찰서 수사과장의 총경 승진은 드물다는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총경 인사는 2004~2007년 경정으로 승진한 연차를 중심으로 인사고과 성적을 바탕으로 인사 대상자를 선별했다. 일선 경찰서 형사과장이 아닌 수사과장이 총경으로 승진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총경 승진 예정자 가운데 일선 경찰서 수사과장은 부산동래와 광주동부 등 2명이었다.
이번 총경 승진 인사는 시기적으로도 이례적이었다. 경찰은 9일 오전 23명의 경무관 승진인사를 발표했다. 경찰은 통상 경무관 승진인사 1주일 뒤 총경 인사를 발표해왔다.
민주당은 10일 “권은희 과장의 총경 승진 탈락은 명백한 보복성 인사다.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조사 당시 윗선의 부당한 압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폭로한 것 때문에 총경승진에서 누락됐다는 점을 부인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다”라고 논평했다. 권 과장은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을 인정받아 리영희재단이 주는 ‘제1회 리영희상’을 받았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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