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20년 전 없앤 ‘편수 조직’ 설치…한국사 등 모든 교과서 검정
전문가들 “정부가 직접 교과서 만들겠다는 것”…‘교학사 거부’에 꼼수
전문가들 “정부가 직접 교과서 만들겠다는 것”…‘교학사 거부’에 꼼수
교육부가 과거 국정 교과서 시절에 운영하던 ‘편수 조직’을 부활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교육부 안에 편수조직을 두어 전체 교과서를 직접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국정 교과서 체제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큰 파문이 예상된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교육 과정 체계와 교과서 편성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과거에 편수실이 있어서 일차적으로 검증할 수 있었다. 편수 시스템을 대폭 강화하겠다”며 “직제를 개편하고 필요하면 인력을 증원해 교육부 내에 편수 전담 조직을 두겠다. 한국사뿐 아니라 전체 교과서를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말했다. 서 장관의 이날 발언은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싸고 제기된 각종 오류와 관련한 논란을 거론하다 나왔다.
이와 관련해 김성기 교육부 창의인재정책관은 “교육 과정과 교과서에 대해서 교육부에 전문성을 가진 업무 담당자들을 둬 교과서의 질적인 부분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안으로 과거처럼 편수조직을 두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편수조직은 1996년 7월 없어졌다. 이후 교육부는 지금까지 교육 과정 총론이나 교육 내용, 교과서 검정과 수정 등의 작업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나 국사편찬위원회 등에 위임한 뒤 그 결과만 보고받아 왔다. 이런 상황에서 편수조직이 다시 도입되면 교육과정이나 교과서 검정 과정 전반에 정부가 직접 개입할 수 있게 된다.
새누리당이 최근 주장하고 나선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체제 전환 논의에 대해 서 장관은 이날 기존 입장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서 장관은 지난해 11월 국정감사 답변에서 “장관이 일방으로 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교육 과정을 개정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국정 전환 관련) 공론화가 돼 정책 결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편수조직의 부활은 사실상 국정 교과서 체제로의 회귀라고 비판했다. 주진오 상명대 교수(역사콘텐츠학)는 “이건 검정이 아니라 국정이다. 국민 반발이 심하니까 검정제도의 틀만 남겨두고 실질적으로는 국정제도를 하겠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왕현종 연세대 교수(역사문화학)는 “국정 교과서로 가기 위한 수순에 돌입했다. 교육부가 직접 국정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시도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음성원 김지훈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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